[수도권]“교복 아직도 사입니? 난 5000원에…”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2일 03시 00분


노원구 ‘교복물려주기’
올 3397벌 기증받아
25개학교서 2156벌 물려줘
“세탁-다림질 거쳐 새옷처럼”

서울 노원구 월계동 월계고는 ‘교복 물려주기’ 운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졸업한 선배들이 물려준 교복은 말끔히 세탁한 뒤 다림질을 하고, 비닐 포장까지 씌워 새것처럼 단장한다. 월계고 학생들이 물려받을 교복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노원구
서울 노원구 월계동 월계고는 ‘교복 물려주기’ 운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졸업한 선배들이 물려준 교복은 말끔히 세탁한 뒤 다림질을 하고, 비닐 포장까지 씌워 새것처럼 단장한다. 월계고 학생들이 물려받을 교복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노원구
입학 시즌을 앞두고 학부모들의 ‘교복 고민’이 커지고 있다.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할 때 20만∼30만 원씩 하는 교복값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불쑥 크는 학생들이 교복 한 벌로 3년을 버티기도 어렵다. 서울 노원구는 2007년부터 ‘교복 물려주기’ 운동을 벌여 학부모들의 이런 고민을 조금씩 덜어주고 있다.

○ 헌 교복도 새것처럼

누구나 남이 입던 옷이라면 처음엔 꺼림칙하게 여긴다. 안성현 군(14)도 마찬가지였다. 노원구 상계동 온곡중학교 2학년인 안 군은 올해 들어 키가 부쩍 커 교복이 짧아져 창피했다. 지난해 입학할 때 23만 원을 주고 산 교복을 또 사달라고 부모님께 말씀드리기도 어려웠다. 학교에 ‘교복 물려주기 센터’가 있었지만 선뜻 내키지는 않았다.

며칠간 고민하던 안 군은 혹시나 하고 센터를 둘러보다 깜짝 놀랐다. 선배들이 기증한 교복이 가지런히 정돈돼 있었던 것. 세탁과 다림질을 거쳐 비닐로 포장한 ‘헌 옷’은 새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가격은 동복 한 벌에 단돈 5000원. 바지, 치마, 조끼 등은 1000∼2000원에 살 수 있었다. 안 군은 “몸에 꼭 맞는 깨끗한 교복을 구할 수 있었다”며 “나도 내년에 졸업하면 버리지 않고 꼭 기증하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4월 이 학교로 전학 온 최영완 군(15)도 “1년만 입을 옷인데 하복까지 두 벌이나 사기는 아까웠다”며 “센터에서 싸게 구입해 정말 잘 입었다”고 만족했다.

2007년 8개 학교와 함께 1206벌을 모아 802벌을 물려주며 운동을 시작한 노원구에서는 지난해 12개 학교에 이어 올해에는 25개 학교가 동참했다. 구는 실적이 좋은 우수학교 8곳을 선정해 최대 500만 원까지 총 25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올해 기증 받은 교복 3397벌 가운데 2156벌을 후배들이 물려받았다.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3억7800만 원에 이른다.

○ 갖가지 아이디어 봇물

예산이라는 ‘당근’까지 주어지자 일선 학교는 갖가지 아이디어로 보답했다. 월계동 광운전자공고는 아예 졸업가운을 만들었다. 졸업식 때 가운을 입도록 해 교복을 훼손하지 않고, 학교에 기증하도록 장려했던 것. 상계고등학교는 교복을 기증하는 학생에게 학용품, 도서상품권, 학교 매점 쿠폰(1000∼3000원) 등을 지급했다. 월계고등학교는 아예 학부모들이 교복 물려주기 사업을 도맡아 하고 있다. 월계고등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학부모 이양미 씨(51·여)는 “재활용 교복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돈하고 있어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구는 내년부터 관내 53개 중고교 전체를 참여시킬 계획이다. 새로 참여하는 학교에는 전용공간 확보, 옷장 구입, 세탁·수선 등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방침이다. 구 관계자는 “입을 만한 교복을 꾸준히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와 지원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