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있는 한 중국집에서 배달부로 일하다 최근 일을 그만둔 오모 씨(38)는 전국 곳곳을 떠돌며 일자리를 찾았다. 배달부를 구한다는 말에 경북 칠곡군까지 찾아갔지만 외딴 곳에서 일자리 찾기는 쉽지 않았다. 오 씨는 부모님이 계신 경기 남양주시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변변한 직장 없이 부모님 만날 생각을 하니 답답했던 오 씨는 밤새 술을 들이켰다. 만취한 채 가까운 노래방에서 한숨 자고 일어나 노래방 주인을 시켜 택시를 불렀다. 20일 오전 1시경 술에 잔뜩 취한 오 씨는 경북 칠곡군에서 택시를 탔다.
“경기 남양주로 가주세요.” 택시운전사 박모 씨(51)는 “요금이 꽤 나올 텐데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무임승차로만 11번 경찰서를 드나든 오 씨는 “괜찮다”며 운전사 박 씨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주머니에는 택시비는커녕 돈 한 푼 없었다. 남양주에 가는 도중 마음이 바뀐 오 씨는 예전에 근무했던 서울 종로구 창신동 한 여관을 찾아가기로 했다. 하룻밤 묵으면서 일자리라도 찾아볼까 해서였다. 오전 4시 40분경 오 씨는 서울에 도착했다. 칠곡에서 서울까지 택시로 260km를 달려 나온 요금은 심야 할증까지 해서 34만600원. 오 씨가 갑자기 “택시비를 줄 수 없다”며 배짱을 부리자 운전사 박 씨는 실랑이를 하다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22일 상습적으로 무임승차를 한 오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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