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소방관 5인 ‘아찔한 화상’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12월 23일 03시 00분


공장 화재진압중 화염 폭발
피부이식수술 등 입원치료

인천 남구 대우일렉트로닉스 공장의 화재 진압 중 화상을 입은 박주원 소방교, 김황희 소방사, 박경철 소방교, 최보현 소방교(왼쪽부터) 등 4명의 소방관. 서울한강성심병원에 입원한 이들은 최소 2, 3주 더 치료를 받아야 한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인천 남구 대우일렉트로닉스 공장의 화재 진압 중 화상을 입은 박주원 소방교, 김황희 소방사, 박경철 소방교, 최보현 소방교(왼쪽부터) 등 4명의 소방관. 서울한강성심병원에 입원한 이들은 최소 2, 3주 더 치료를 받아야 한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보통 사람 같았으면 아마 살아남기 어려웠을 거예요. 첨단 보호장비 덕분에 살아났으니 죽음 직전 눈에 밟혔던 아들에게 ‘좋은 아빠’가 되고 싶습니다.”

15일 인천 남구 용현5동 ㈜대우일렉트로닉스 공장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가 화염에 휘감겼던 박주원 소방관(36)은 23일 서울 한강성심병원에서 피부이식수술을 받는다. 박 씨를 포함한 5명이 팔, 얼굴, 손가락 등에 2, 3도 화상을 입은 상태다.

박 소방관은 사고가 나던 날 야간 근무조였고 퇴근 직후 백일 된 아들, 부인과 함께 사진관에서 기념촬영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50여 대의 소방차량과 500여 명의 소방대원이 출동한 대형 화재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날 사고는 냉장고 등 완제품을 보관하던 대형창고(B동)에 불을 끄러 들어갔다가 천장 부위에서 화염이 급격히 폭발해 내부에 있던 박 소방관 등을 덮치면서 일어났다. 박 소방관은 “소방관들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건물 내부에 산소가 공급됐고, 갑자기 거대한 화염 폭발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사고 규모에 비해 피해 정도가 그나마 적었던 것은 방염처리가 잘 되는 두건, 방수모, 방화복 덕분이 아니었나 싶다”고 덧붙였다.

소방서 측은 이들의 사고가 ‘롤 오버’ 현상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화재 초기단계에서 뜨거운 가연성 가스가 천장 부근에 축적돼 있다가 유리창이 깨지거나 문이 열리면서 불길이 치솟는 것이다.

피해 소방관 중 김황희 씨(27)는 내년 2월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 그도 양쪽 팔에 2도 화상을 입고 박 씨와 함께 서울 한강성심병원에 입원 중이다. 학익소방파출소 조인준 소방장도 화상을 입었지만 응급치료를 받은 뒤 정상 근무하고 있다. 인천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올해 화재진압을 하다 별다른 사고가 없었는데, 연말을 맞아 소방관들이 다쳐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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