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친서민 정책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취업 후 대학 학자금 상환제’가 시행되지도 못한 채 존폐의 기로에 섰다. 4대강 살리기 예산문제로 여야가 정면충돌하면서 예산부수법안인 학자금 상환제 관련법이 해당 국회 상임위에 상정조차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학자금상환제도는 학자금 대출을 원하는 대학생(가구소득 4840만 원 이상 제외)에게 대학등록금 실소요액 전액을 한도 없이 대출해주고 소득이 발생한 시점부터 원리금을 분할 상환토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소득 발생 이전까지 학생들의 이자를 예산으로 보전해주기 위해 내년 예산안에 4285억6800만 원을 책정했다.
올해 2학기에는 기존 학자금 대출 제도를 통해 33만 명이 대출을 받았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대출 신청자가 107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취업 후 대학 학자금 상환제를 통해 가난한 대학생들을 지원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기존 대출제도로는 6개월 이상 이자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신용유의자’로 분류돼 금융 거래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고 취업 기회도 제한된다.
민주당 소속인 이종걸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은 23일 현재까지 한나라당이 발의한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제정안과 ‘한국장학재단설립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고 있다. 교과위 민주당 의원들도 “빚쟁이 대학생을 양산할 수 있고 국채 발행으로 관련 예산을 충당할 경우 미래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대학생에게 각각 무상으로 지원되던 연 220만∼450만 원이 축소되는 것에 대해선 “서민복지 후퇴”라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에 한나라당은 “기존 대출제도는 무상지원을 받더라도 연간 500만 원 이상을 추가로 대출받아 재학 중 이자를 갚아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부담이 컸다”며 “가정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은 생활자금까지 무이자로 대출받을 수 있어 실질적인 서민복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한다.
관련법 처리가 불투명해지자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장학금을 운용하는 한국장학재단의 한 관계자는 “국회 법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각 대학에 내년도 학자금 상환제에 대해 안내와 홍보를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발표만 믿고 있던 학생들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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