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경북 안동시 길안초등학교 강당에서 이 학교 학생들이 영어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 제공 영진전문대
“위 위시 유 어 메리크리스마스(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22일 오전 11시 반 오지 초등학교 대상 원어민 지원사업 성과 발표회가 열린 경북 안동시 길안면 길안초등학교 강당. 이 학교 학생 20여 명이 무대에 올라 유창한 발음으로 영어를 구사하며 크리스마스 캐럴과 도레미송 등 귀에 익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들을 지켜보던 교사와 학부모 등이 리듬에 맞춰 박수로 박자를 맞추며 분위기를 돋웠다. 이에 앞서 이 학교 5학년 오예진 양이 무대에 올라 자신이 살고 있는 길안면을 유창한 영어로 소개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3학년 김효정 양은 동화 ‘백설공주’를 영어로 읽었다.
이들의 순서가 끝나자 이번에는 초등학생 10명이 무대에 나와 그림을 보여 주며 ‘스토리 텔링’ 방식으로 영어로 안동을 소개했다. 특산물인 간고등어와 지역 전통음식인 ‘헛제삿밥’을 영어로 설명하자 이를 지켜보던 학부모들이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영진전문대가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경북지역 16개 초등학교 교장들과 담당 영어교사, 학부모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경북지역 오지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외국인 영어강사 지원 사업이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영진전문대에 따르면 한국수자원공사 경북본부 등과 함께 올해 3월부터 실시한 원어민 강사 지원 사업에 안동, 봉화, 청송 등 낙동강수계 지역 16개 초등학교의 학생 1223명이 참여했다. 주 1회 영진전문대 부설 외국어교육원의 원어민 강사들이 이들 학교로 찾아가 하루 평균 6시간씩 학생들에게 영어회화 등을 가르쳤다. 영어 수업은 상황별 대처요령과 영어로 말하기, 영어로 하는 역할극, 재미있는 생활영어 등 초등학생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학교별로 원어민 수업을 위한 인터넷 카페도 개설해 영어 담당교사와 원어민 교사들이 정보를 나누도록 했다. 이들 학교에서 원어민 수업을 받은 학생들은 기본적인 회화를 구사하는 등 영어 실력이 눈에 띄게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각 학교의 영어 담당교사와 영진전문대 외국어 교육원 관계자들이 수시로 워크숍을 열고 영어수업 방향을 설정하는 등 내실을 기했기 때문이다.
청송초교 영어담당 남경희 교사(여)는 “원어민을 만나 ‘산 영어’를 배우기가 쉽지 않은 시골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내년에도 흥미진진한 프로그램으로 수업이 내실 있게 진행돼 학생들이 영어 공부에 자신감을 갖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예진 양은 “매주 만나는 원어민 선생님과 공부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영어를 조금씩 알아듣게 되고 말문도 트였다”며 “먼 길을 달려와 준 원어민 선생님에게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학부모인 송옥분 씨(여)는 “영어학원에도 한 번 보내지 않은 딸이 우리말도 아닌 영어로 발표를 잘하는 모습을 보니 대견스럽다”고 밝혔다. 영진전문대 전상표 외국어교육원 원장은 “지역의 오지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 교육 프로그램의 성과를 면밀히 분석해 내년에는 좀 더 깊이 있고 다양한 학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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