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강화-옹진 ‘토지거래허가’ 지정 철회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4일 03시 00분


인천시, 주민 거센 반발에 2개월만에 없던 일로
“섣부른 행정에 골탕… 사전에 여론 수렴했어야”

인천시가 강화군 남단(화도, 길상면)과 옹진군 북도면을 내년 1월 1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힌 뒤 지역여론이 악화되자 2개월 만에 이를 철회했다. 2개월 동안 마음고생 한 것을 놓고 해당 지역 주민들은 “시의 섣부른 행정이 민심만 악화하는 꼴이 됐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주요 행정사안을 추진할 때 반드시 지역의 여론을 수렴해 달라”고 주장했다.

○재지정 추진에 넋 나간 주민들

22일 강화군 화도면 동막해수욕장. 길거리 곳곳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시는 10월 23일 공고를 통해 강화군 화도, 길상면 등 남단지역과 옹진군 북도면 9503만1000m²(5만6124필지)를 11월 1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고 고시했다. 시는 2025 인천도시기본계획 수립과 내년 6월경 이뤄질 영종∼강화 도로 개설 착공으로 이 일대 지가 상승 등 부동산 투기가 예상된다는 이유를 들어 토지거래구역 지정을 추진한 것.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한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시는 28일 다시 공고를 내고 유예기간을 거쳐 2010년 1월 1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발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이 지역은 무려 6년 2개월 동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가 올해 1월 30일 해제된 곳.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져 논과 밭, 임야 등을 쉽게 팔 수 있을 것으로 한껏 기대에 부풀었던 주민들은 시로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으로 ‘뒤통수’를 맞았다며 반발했다.

이 지역 주민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난 세월 동안 임야 1000m²(약 302.5평), 농지 500m²(151평), 나머지 용도의 땅 250m²(75평) 이상 거래 시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 했다. 여기에 농지 2년, 임야 3년, 나대지 5년이라는 의무보유기간이 족쇄처럼 붙어 부동산을 취득하고 싶은 사람들이 투자를 꺼리는 원인이 됐다.

화도면에서 26년째 살고 있는 주민 최창길 씨(62)는 “6년 2개월 동안 부동산거래가 사실상 가로막히면서 자식들 출가 때 집 장만도 못해주는 주민들이 태반이었다”며 “일부 주민은 급전이 필요해 제2금융권을 찾거나 사채를 끌어 쓰다가 재산을 날린 경우도 있다”고 그동안의 고충을 얘기했다.

○주민들 반발에 인천시 재지정 백지화

주민들의 반발이 당초 예상보다 거세지자 당초 “제한 조치를 풀 수 없다”던 인천시는 슬그머니 재지정을 포기하고 ‘없었던 일’로 하기로 했다. 시는 23일 시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강화 남단과 옹진군 북도면 ‘토지거래계약허가구역 지정 해제안’을 상정했다. 도시계획위원회는 이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다시 묶는 것은 지나친 행정 조치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어 해제안을 통과시켰다.

이 같은 결정을 환영한 주민들은 “2개월 동안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8월 이후부터 부동산 거래가 뚝 끊겼다. 일부 주민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공고를 보고 부랴부랴 헐값에 땅을 내놓았다가 주변의 시세까지 한꺼번에 떨어지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강화 주민들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수도권정비계획법, 문화재보호법, 군사시설보호법 등으로 엄청난 고통을 감수하며 살았는데 정부가 아닌 인천시가 나서 다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다는 자체가 중대한 행정 착오였다”고 입을 모았다.

강화군 길상면 주민 이상호 씨(63)는 “이제라도 시가 주민들의 뜻을 받아들여 지정을 포기한 것은 천만다행”이라며 “주민재산권과 밀접히 관련된 주요 행정업무를 추진할 때 지역의 정서를 충분히 감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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