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대법 산하 양형위 독립시켜 내년 도입”
판사들 “기계적 형량 선고 재판 독립성 해쳐”
법무부가 23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앞으로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구체적 범죄내용과 형량을 규정한 양형기준에 따라 형을 선고하도록 하는 ‘양형기준법’의 제정을 내년 중에 추진할 뜻을 밝히면서 법원과 검찰의 해묵은 갈등이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24일 법무부에 따르면 양형기준법의 핵심은 대법원 산하에 설치돼 있는 양형위원회를 독립적 기구로 분리시키고 현재는 권고적 효력만 갖도록 돼 있는 양형기준에 기속력(강제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양형기준을 만드는 일이 사실상의 입법행위여서 양형위를 사법부 소속으로 두는 것이 적절하지 않으며, 양형기준 도입의 목적이 사법부에 대한 불신 해소에 있는 만큼 제정된 기준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해야 한다는 취지다. 2005년 9월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서 양형기준법 도입의사를 밝혔다가 사개추위 내부의 이견으로 뜻을 접은 지 4년여 만에 다시 양형기준법 카드가 되살아난 것.
살인, 강도, 강간 등 8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7월부터 이미 시행 중인 상황에서 법무부가 이를 꺼내들고 나선 것은 기존 양형위의 운영방식과 법원의 양형관행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양형위 구성원의 절반 가까이가 전현직 법관으로 채워져 검찰 및 학자 출신 위원들은 사실상 법원의 입장을 관철하는 회의의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것이 검찰 내부의 불만이었다. 또 이렇게 만들어진 양형기준은 권고적 효력밖에 없어 일선 법원에서 양형기준을 벗어난 판결이 잇따르고 있는 데 대해서도 반발해왔다.
아직 대법원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는 양형기준법이 제정되면 재판의 독립성이 훼손되는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양형기준이 강제력을 갖게 되면 몇 가지 정해진 양형 인자(因子)에 따라 기계적으로 형량을 선고할 수밖에 없어 검찰의 공소내용과 구형량에 법관이 예속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