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진술 신빙성”… 박진 의원에 유죄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5일 03시 00분


‘양복 상의에 2만달러’ 법정서 상황 재연

박의원 “항소심서 무죄 입증”

법정에서 대역을 동원해 양복 안주머니에 돈봉투가 들어있었는지 시연까지 하며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였던 한나라당 박진 의원(사진)에게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홍승면 부장판사)는 24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박 의원에게 벌금 300만 원과 추징금 2313만 원을 선고했다.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하는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이 형이 확정되면 박 의원은 의원직을 잃게 된다.

당초 4일로 예정됐던 1심 선고는 박 의원의 변호인이 재판부에 제출한 사진 한 장 때문에 24일로 미뤄졌다. 지난해 3월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베트남 국회의장 방한 환영 만찬’ 행사 당시 상황을 담은 이 사진에서 박 전 회장의 양복 웃옷 왼쪽 윗부분이 구김이 가 있어 안주머니가 비어 있는 듯 보였다. 반면 검찰이 제출한 다른 여러 장의 사진에서는 양복 윗부분에 뭔가가 담긴 것처럼 굴곡이 드러나 있었다. 당시 박 의원은 박 전 회장의 요청으로 이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조사 및 재판과정에서 “먼저 행사장을 빠져나간 박 의원을 뒤따라가 복도에서 양복 웃옷 주머니에 돈봉투를 슬쩍 넣어줬다”고 진술했다. 진술만 있고 물증은 없는 사건이었다.

재판부는 결국 당시 상황을 재연했다. 3일 열린 재판에서 박 전 회장이 입었던 양복과 넥타이를 착용한 대역이 당시 행사장 의자에 앉아 사진 속의 박 전 회장과 같은 자세를 취했다. 재판부는 사진을 찍어 비교한 끝에 “당시 박 전 회장의 사진과 대역이 2만 달러가 든 봉투를 양복 상의에 넣었을 때 찍은 사진이 매우 유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또 “돈을 줬다는 박 전 회장의 진술 경위가 자연스럽고 특별한 모순이 발견되지 않는다”며 “기념촬영 후 박 의원이 나갈 때 박 전 회장이 따라 나갔다는 사진사의 진술도 매우 신빙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2만 달러를 받은 것에 특별한 대가성이 없고, 박 의원이 외교 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성실하게 의정활동을 한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이 끝난 뒤 박 의원은 “선고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 항소심에서 무죄와 결백을 반드시 입증하겠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박 의원은 지난해 3월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베트남 국회의장 방한 환영만찬’에서 박 전 회장에게 2만 달러를 건네받고, 일주일 뒤 박 전 회장에게 후원금 1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6월 기소됐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2

추천 많은 댓글

  • 2009-12-25 11:10:14

    나중에 영수증만 발행해 줬으면 되는 거 아니었나? 박진의원님 앞으로는 영수증 발행해 가면서 사세요. 그게 뭐가 어렵다고.

  • 2009-12-25 05:52:01

    박진의원 영어도 통하던데 참 안됏다. 잘만 하면 클 사람인데... 대법에 가서 무죄 판결 받기 바란다.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