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앗차! 구의원에 전달하려던 돈상자가 옆집에…

계약연장 청탁 공무원, 되돌려 받으려다 들통

광주 시립 S도서관 여직원인 A 씨(56)는 이달 6일 오후 8시경 광주 시내 모 아파트 경비실을 찾아가 선물상자를 맡겼다. 이 아파트 ‘××1호’에 사는 광주 남구의회 B 의원에게 전달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선물상자에는 5만 원짜리 지폐 100장과 소뼈 1개가 들어있었다.

경비실 직원은 이 상자를 부탁대로 ‘××1호’에 전달했다. 그러나 B 의원의 실제 거주지는 옆집 ‘××2호’여서 A 씨는 결국 주소를 잘못 알고 배달을 부탁한 셈이 됐다. ‘××1호’ 집주인은 “돈봉투 상자가 잘못 배달된 것 같다”며 경비실에 돌려줬다.

A 씨는 B 의원 측에 수차례 연락을 취해 문제의 상자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보름이 지난 21일 경비실을 찾아가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경비실 측은 “돈 상자를 맡긴 사람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돌려주지 않았다. 그러자 A 씨는 광주 남부경찰서에 “선물이 잘못 배달돼 다시 돌려받으려 했는데 돌려주지 않는다”고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사건 전말을 조사하면서 A 씨가 구 의회 의원에게 뇌물을 전달하려다 실패한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 관계자는 “6개월 시한의 임시직 신분인 A 씨가 정규직 전환을 청탁하기 위해 현금을 건네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A 씨에 대해 뇌물공여의사표시 혐의 적용을 검토하는 한편 B 의원 등도 소환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