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이화동 1번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사저인 이화장(梨花莊)이 있는 곳이다. 1948년 8월 대한민국 초대 정부의 내각이 구성된 곳이기도 하다. 이 전 대통령은 이곳을 조각(組閣) 본부로 삼았다. 현재는 이 전 대통령의 양아들 이인수 박사(78)가 살고 있다. 이화장은 올해 4월에야 사적 497호로 지정됐다. 대한민국의 초석을 닦은 유적치고는 그동안 이렇다 할 관심을 받지 못했던 셈이다.
백범 김구 선생이 거처이자 집무장소로 이용한 경교장(京橋莊)도 마찬가지다. 김구 선생이 서거하자 경교장은 주한 베트남대사관, 국군진료소 등으로 쓰였다. 1968년 삼성그룹이 인수한 뒤에는 고려병원(현 강북삼성병원) 건물로 이용했다. 지금도 1층에는 약국 등 병원시설이 있고 2층 집무실만 원형대로 복원해 ‘백범기념실’로 운영되고 있다. 2005년에 와서야 근대적 사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적 465호로 지정됐다.
대한민국의 초석을 닦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역대 정부 수반(임시정부 포함)의 유적 6곳이 본격적으로 정비된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이들 유적에 대한 정밀 복원작업을 시작해 2013년까지 마무리하겠다고 24일 밝혔다. 경교장 복원공사는 내년 6월 시작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소유자인 삼성 측과 건물 전체 원형 복원에 합의하고 안전진단과 설계를 진행해왔다”며 “복원추진위원회, 문화재청의 조언과 협의를 거쳐 2011년 11월까지 완공한 다음 일반에 공개하겠다”고 설명했다.
이화장은 내년에 계획안을 마련하는 대로 내부시설부터 복원에 들어간다. 이 전 대통령의 유품을 전시하는 기념관도 별도로 마련된다. 서울시는 관람객이 쉽게 둘러볼 수 있게끔 인근 도로를 넓히고 주차장을 만드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 중구 신당동 박정희 전 대통령 가옥도 원형 고증작업과 복원 설계를 거쳐 내년부터 공사에 들어간다. 주변지역 개발에 밀려 훼손될 위기에 놓였으나 지난해 등록문화재 412호로 지정되면서 가까스로 보존됐다.
서울 종로구 명륜동 장면 전 총리 가옥은 복원공사가 거의 끝나 내년부터 공개할 방침이다. 윤보선 전 대통령이 살았던 종로구 안국동 가옥(사적 438호)도 복원을 끝낸 뒤 유족과 개방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마포구 서교동의 최규하 전 대통령 가옥은 아예 서울시가 매입해 대통령기록관과 함께 유품 기록, 정리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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