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대신 기부” 기념일 풍속도 아름다운 변화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6일 03시 00분


굿네이버스 “작년보다 3배 늘어”

이태우(38) 신진희 씨(38·여) 부부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아이들 선물을 사는 대신 국제구호단체인 ‘굿네이버스’를 통해 10만 원을 소외계층 아동들에게 기부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대하는 두 아이에게는 각자의 이름이 적힌 기증증서를 내놓았다. 이 씨는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산타클로스를 잊게 되겠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서 자신도 누군가의 산타가 될 수 있다는 건 가르쳐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 잠원초교 박연수 교장(58·여)은 시어머니의 100번째 생일을 맞아 올여름 굿네이버스에 캄보디아에서 우물 5개를 팔 수 있는 돈을 내놓았다. 굿네이버스 베트남지부에 동료 교장들과 함께 자원봉사를 다녀온 뒤 베트남의 빈곤한 현실을 보고 시어머님 백순 기념 가족 해외여행 대신 물 부족 국가의 우물파기 기부에 나선 것.

10월 17일 결혼한 회사원 박모 씨(31)는 발리로 신혼여행을 가기 전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기아대책)’를 통해 캄보디아 우물 개발을 후원했다. 결혼을 기념해 혼수비용 500만 원을 아껴서 후원한 것. 그는 “신혼여행을 가려던 동남아지역 사람들이 물 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날과 생일, 결혼기념일 등 기념일에 선물 대신 기부를 하는 ‘기념일 기부’가 늘고 있다. ‘월드비전’의 기념일 기부에 참가한 사람은 △2007년 93건(3048여만 원) △2008년 437건(9333여만 원)에서 △2009년 11월까지 496건(1억908여만 원)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참여자가 늘면서 이를 활용하는 단체도 많아지고 있다. 굿네이버스는 ‘내 생애 최고의 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아주 특별한 기부’라는 슬로건을 걸고 △행복한 기념일 △행복한 웨딩 △행복한 나눔송년회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랑의 쌀나눔 운동본부’에선 사무실 개업식, 병원 개원식, 모델하우스 개관식, 총회 등 각종 모임이나 행사에 화환 대신 쌀을 모아 복지시설이나 소외계층에 전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도 돌잔치, 결혼식, 회갑, 장례식 등 축·조의금을 기부하는 ‘경조사 후원’ 프로그램을 두고 있다. 굿네이버스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 기념일 기부가 3배 가까이 느는 등 기부 문화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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