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깃한 ‘장학금+年1000만원’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6일 03시 00분


중상위권대학-지방대, 우수학생 모시기 파격
간판학과 육성경쟁 치열
“졸업후엔 해외유학 지원”
‘애프터서비스’로 유혹도

재수생 김지연 씨(20·인천 연수구)는 정시모집에서 서울 소재 대학의 경영계열 두 곳에 지원했다. 김 씨가 대학 결정에서 가장 고심한 것은 장학 혜택. 언니도 사립대에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높으면 등록금을 면제해 주는 대학이 많아진 것 같다”며 “수능 성적이 잘 나와서 등록금에 어학연수까지 지원해 주는 곳에 원서를 냈다”고 말했다.

우수 학생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대학마다 상위권 신입생을 겨냥한 장학 혜택의 수준도 크게 높아졌다. 특히 수능 반영 비중이 높은 정시모집에서 이런 유인책이 많아지는 추세다. 입학금이나 등록금 면제를 넘어서 도서구입비나 격려금 명목으로 매달 수십만 원을 주는 것은 기본이다. 졸업 이후 ‘애프터서비스’까지 약속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가톨릭대는 올해 정시모집에서 매년 1000만 원의 학습 지원금을 내건 ‘1% 장학제도’를 신설했다. 수능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에서 각각 1% 이내에 드는 신입생에게는 4년간 등록금 전액을 면제하고 매년 1000만 원, 영어기숙사, 노트북 무료 지원이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준다. 지난해 언수외 1등급자는 전국적으로 모두 4400여 명이었다. 애프터서비스도 확실하다. 가톨릭대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한 특별관리를 해주거나 가톨릭대 대학원의 등록금을 면제해 준다. 아이비리그 수준의 명문 대학원에 유학을 가면 매년 3만 달러를 주면서 학위 취득 시 교수 임용까지 보장하기로 했다.

특성화 바람에 따라 소위 ‘간판 학과’를 키우기 위해 특정 모집단위나 학과에 한해 맞춤형 장학금을 주는 대학도 있다. 올해 금융학과를 신설해 정시모집에서 60명을 선발하는 숭실대는 전형을 3가지로 분류해 성적에 따라 각기 다른 특전을 주기로 했다. 금융우수1전형 합격자에게는 등록금 지원 같은 기본 혜택 외에 해외 유명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으면 교수로 우선 채용하는 보장제도를 마련했다. 경원대는 주력 분야인 바이오나노 등 3개 학과의 경우 수능 3개 영역 1.8등급 이내인 학생에게 등록금 전액과 매달 3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수도권 쏠림 현상 때문에 고민이 깊은 지방대의 노력은 더욱 부산하다. 동아대는 석당인재학부를 신설해 등록금과 기숙사비는 물론 매달 40만 원의 도서구입비까지 주기로 했다. 대구대는 ‘DU리더스’라는 장학제도를 신설해 수능 상위 4단계를 나눠 다양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입시 업체들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정시모집에서 장학 혜택이 많은 특성화 학과는 경쟁률이 높게 형성돼 합격선도 대체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혜택이 매년 입시마다 되풀이될 것에 대한 대학가의 우려도 생겨나고 있다. 서울의 한 여대 입학처장은 “최상위권 대학은 무조건 학생이 몰리고 중상위권 대학은 과도한 장학 경쟁을 벌여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특정 학과의 장학금이 결국 전반적인 등록금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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