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韓人 도넛 산타’ 강도에 피살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6일 03시 00분


“하루 20시간 일하며 주위에 선행 베풀던 사람”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 시에서 도넛 가게를 운영하면서 이웃에게 선행을 베풀어 온 한인이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21일 강도들의 총격으로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댈러스뉴스 인터넷판 등에 따르면 숨진 한인은 정기선 씨(46)로 댈러스 동부의 오크 클리프에서 도넛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21일 오전 7시경 그가 운영하는 가게에 마스크를 쓴 강도 2명이 들어와 산타클로스 모자를 쓴 정 씨를 총으로 위협하면서 현금을 뺏었다. 강도들은 도주 직전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정 씨에게 수발의 총격을 가했다.

강도들이 달아난 뒤 정 씨는 911에 전화를 걸었지만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에 숨졌다. 무장 강도들이 범행을 저지르고 달아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7초. 이 모든 장면은 가게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혔다. 경찰은 1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고 범인들을 추적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성과는 없다.

경찰은 정 씨의 가게에 지난해 7월에도 강도 2명이 들어와 현금이 든 가방을 훔쳐 달아났고 3개월 뒤에는 정 씨가 가게에서 강도와 난투극을 벌인 점에 주목해 이번 범행을 저지른 강도들이 지난해 범인과 동일범인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이웃들은 숨진 정 씨가 하루 20시간씩 일할 정도로 성실했고 매우 친절했을 뿐 아니라 평소 불우한 이웃에게 도넛을 무료로 나누어주는 등 선행을 베풀어 왔다며 그의 죽음에 비통해했다. 정 씨의 부인과 두 딸은 정 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충격을 받아 일절 외부접촉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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