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독신자카페서 연봉 300억 금융변호사 사칭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8일 23시 11분


2월 초 M증권사 본부장으로 근무하는 김모 씨(37)는 자주 찾는 독신자 인터넷 카페에서 안모 씨(40·여)를 알게 됐다. 채팅을 통해 친해진 안 씨는 자신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졸업하고 연봉 300억 원을 받고 있는 미국 골드만삭스 본사의 금융변호사라고 소개했다. 안 씨는 "아버지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과 친구였고 한명숙 전 총리가 고모"라며 "현재 4대강 개발자문위원으로 청와대를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 내외와 식사도 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에게 프로포즈를 받았다는 연애담도 알려줬다.

김 씨가 외모를 궁금해 하자 안 씨는 e메일로 자신의 얼굴 사진을 공개했다. 탤런트 뺨치는 미인이었다. 이후 안 씨는 김 씨에게 "거액의 수익을 남겨줄 테니 투자해 달라"고 부탁했다. 김 씨는 의심도 없이 1억 4000만 원을 안 씨의 계좌로 보냈으나 알고 보니 안 씨는 고졸에 무직자였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28일 사회고위층과 친분이 두터운 것처럼 속여 인터넷 카페 회원들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수억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안 씨를 구속했다.

안 씨는 2월 초 독신자 인터넷 카페에서 알게 된 사람들에게 유망한 주식에 투자해 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속여 최근까지 12명에게서 8억여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한 피해자가 안 씨를 경찰에 신고해 범행이 드러났는데 피해자 중 안 씨를 실제 만난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은 증권사 직원, 교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었지만 인맥을 자랑하는 안 씨의 허세에 속아 넘어갔다"면 "안 씨가 보낸 사진은 모델 사진인데 안 씨의 실제 외모는 사진과 큰 차이가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윤종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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