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국적지 佛로 추방해줘” 10대의 좌충우돌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30일 03시 00분


말썽피워 데려오자 약물복용… 차량돌진… 강도…

28일 오후 7시. 서울 서초구 남태령지구대 소속 경찰들은 교통사고 신고를 접수하고 서초구 방배동 주택가로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한 10대 소년이 아버지의 차를 운전하다 길가에 주차된 차량 4대를 들이받은 상태였다. 더구나 그는 이날 오후 방배동의 한 편의점에서 일어난 강도사건의 범인이었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이날 오후 1시 반 편의점에 들어가 흉기로 종업원을 위협한 후 현금 10만 원, 담배 2보루 등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A 군(13)을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프랑스 국적의 아버지를 둔 A 군은 프랑스에서 태어나 프랑스 국적을 갖고 있다. 아버지는 A 군이 프랑스에서 약물을 복용하는 등 말썽을 일으키자 올해 8월 한국으로 데려왔다. 이후 A 군은 한 외국인학교에 진학했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각종 범행을 저질렀다. 175cm, 60kg대로 어른스러운 체구의 A 군은 23일 방배동의 한 동물병원에 야구방망이와 칼을 들고 잠입해 “케타민(마취성 물질, 마약으로 쓰이기도 함)을 달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경찰은 “A 군은 프랑스로 돌아갈 궁리를 하다 ‘외국인 신분으로 범행을 하면 추방될 것 같다’는 생각에 일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A 군은 14세 미만으로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돼 풀려났으나 정서불안으로 병원에 이송됐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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