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풀자” 장애노숙인 때려 숨지게

권투선수출신 10대 등 10년~3년 징역형
“밥사주겠다” 야산 유인 범행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장애 노숙인을 때려 숨지게 한 무서운 10대들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대전의 모 대학 1학년인 임모 군(18)은 올해 4월 초 동네 후배 장모 군(17)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가다 구걸을 하고 있던 정신지체 2급 장애인인 노숙인 문모 씨(36)를 발견했다. 임 군 등은 체구가 작고 다리를 저는 문 씨가 자신들이 함부로 대하더라도 반항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문 씨를 상대로 스트레스를 풀기로 마음먹었다.

이들은 지하철에서 내리는 문 씨를 따라가 “밥을 사 주겠다”며 인적이 드문 야산 계곡의 텃밭으로 데려간 뒤 쓰러뜨리고 가슴과 배, 옆구리를 마구 때렸다. 고교시절 권투를 배워 지역 신인왕전에서 입상까지 한 임 군에게 문 씨는 반항 한 번 못하고 얻어맞았다.

임 군 등은 온몸에 골절상을 입고 쓰러져 신음하는 문 씨를 발가벗기고 재갈까지 물린 채 버려두고 떠났고 문 씨는 결국 숨졌다. 임 군은 범행 직후 근처에 있던 개집에서 진돗개 새끼 한 마리를 훔치기도 했으며, 이후 대전에 내려가 태연하게 학교를 다니다 폐쇄회로(CC)TV 화면을 보고 추적해 온 경찰에 체포됐다.

1심 재판부는 “재미 삼아 문 씨를 때려 숨지게 한 임 군 등의 행동은 죄질이 극도로 불량하다”며 임 군에게 징역 12년, 장 군에게 장기 6년, 단기 4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성낙송)는 임 군 등의 죄질이 매우 나쁘지만 아직 나이가 어린 점 등을 감안해 임 군은 징역 10년, 장 군은 장기 5년, 단기 3년으로 형량을 낮췄다고 30일 밝혔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