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관광용 ‘호랑이 포효소리’에 멧돼지 자취 감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일 03시 00분


강진 달마지마을 뜻밖 성과

“어흥∼.” 2005년 3월경 전남 강진군 성전면 대월리 달마지 마을에 포효하는 호랑이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이 소리는 마을 뒤편 월각산(해발 456m) 중턱에 있는 호랑이굴을 농촌 관광상품으로 만들려는 연출이었다. 주민들은 이 소리를 녹음하기 위해 전문가들에게 의뢰했고 월각산에 스피커 4대를 설치했다.

이 소리는 관광객 유치 이외에 멧돼지 퇴치라는 뜻하지 않은 효과를 가져다 줬다. 월출산국립공원 자락에 위치한 달마지 마을은 고구마나 옥수수를 심지 못할 정도로 멧돼지 피해가 심해 골머리를 앓았다. 하지만 이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 이래 멧돼지 피해가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요즘도 달마지 마을에는 매일 낮 12시, 오후 9시경에 3분 동안 포효하는 호랑이 소리가 메아리친다. 주민 110명은 이 소리에 점심밥을 먹고, 잠자리에 든다.

호랑이 포효의 멧돼지 퇴치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그러나 호랑이 10마리를 사육하는 광주 북구 생용동 우치공원에는 멧돼지 퇴치용으로 호랑이 배설물을 얻어가려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곽강일 달마지마을위원장(66)은 “호랑이 소리를 처음 사용해 멧돼지 퇴치 효과를 본 뒤 전국에서 농민 40여 명이 이 소리를 녹음해 갔다”며 “경인년 새해를 맞아 힘차게 포효하는 호랑이 소리가 모든 나쁜 일을 물리쳐 줄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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