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가까이 장례를 치르지 못한 유족들의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늦게나마 협상이 타결돼 다행입니다. 유족들이 슬픔을 추스르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난해 1월 20일 용산 철거민 참사가 일어난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의 주인 남광우 씨(47)는 “참사현장을 지날 때마다 무거웠던 마음이 보상협상 타결 소식을 접하고 조금은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부친과 공동 소유한 건물에서 ‘남일당’이라는 이름의 금은방을 20년 가까이 경영하다가 2008년 말 점포를 정리하고 건물을 재개발조합에 넘겼다. 이듬해 용산 참사가 발생하면서 이 건물은 남 씨의 금은방 이름을 따서 ‘남일당 건물’이란 이름을 얻게 됐다.
참사 당일 남 씨도 남일당 건물 맞은편 현장에서 참사를 지켜봤다. “철거민 사망자인 이상림 양회성 씨는 저도 잘 아는 분인데 사망자 명단에 포함돼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다른 세입자 분들도 시장 골목에서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고 저희 가게에서 예물도 맞춰 가시던 분들입니다. 그래서 더 안타까웠죠.”
참사 이후 남 씨는 남일당 건물이 한강대로에 접해 있어 농성 효과도 크고 2008년 말에 세입자들이 모두 떠난 빈건물이라 철거민 농성자와 전국철거민연합의 망루 설치 목표가 됐다는 후문을 전해 들었다.
용산 참사로 재개발사업이 미뤄지는 가운데 남 씨는 새 금은방을 차리지 못한 채 사무실 없이 기존 거래처들과 귀금속 매매사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남 씨는 이번 보상 합의가 앞으로 다른 재개발지역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기도 했다. “정상적으로 ‘도장 찍고’ 나간 세입자는 추가 보상을 받지 못하는데 끝까지 버틴 세입자는 보상을 더 받는다면 앞으로 다른 재개발 구역에서도 ‘끝까지 버티면 된다’며 머리끈을 동여매는 사람이 늘어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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