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35만 원을 내고 서울 서대문구의 한 하숙집에서 혼자 살던 경남 창원 출신의 연세대 3학년 박모 씨(22)는 다달이 내야 하는 돈이 부담돼 지금은 같은 학교 친구와 서대문구 북아현동 하숙집의 13.2m²(약 4평) 남짓한 방에서 함께 산다. 한 달 40만 원이던 하숙비는 지난해 46만 원으로 올랐다. 기숙사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박 씨는 새해 들어 주인집 아주머니가 하숙비를 다시 올려달라고 할까 봐 걱정이다.
대구가 고향인 숙명여대 4학년 김모 씨(23)도 생활비 중 방값이 가장 큰 부담이다. 용산구 갈월동 자취촌의 26.4m²(약 8평)형 원룸에서 사는 김 씨는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55만 원을 낸다. 관리비 4만 원에 5만∼10만 원의 공과금은 별도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아버지로부터 매달 120만 원을 받아 방값과 교재비, 용돈 등으로 쓰는 김 씨는 “서울 친구들이 부럽고 월세를 낼 때마다 부모님께 죄송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지방에서 상경한 대학생들에게 주거비가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운데 한 대학 총학생회가 이를 해결하겠다고 나서 눈길을 받고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3일 “학생들이 저렴한 보증금과 임대료로 양질의 주거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가 신촌 인근에 ‘20대 임대주택’을 짓도록 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과 서대문구청장 출마 후보들로부터 대학생을 위한 임대주택을 서대문구에 짓겠다는 약속을 받아낸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서대문구는 북아현, 가재울 등 구내 뉴타운 건설 구역 모두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상태라 설계 변경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총학생회는 후보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다음 달까지 지방 출신 학생들의 주소를 서대문구로 모두 옮기고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독려하겠다는 계획이다.
연세대 총학생회 권지웅 부회장(21·기계공학과 3학년)은 “신촌 자취방 월세가 2006년 대비 10만∼15만 원 올라 보증금 1000만 원인 경우 연간 500만∼700만 원을 월세로 내야 한다”며 “지방 학생들은 등록금을 세 번 내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세대생 중 지방 학생이 40%에 달하지만 기숙사 수용률은 의대 치대 간호대 재학생을 제외하면 7%에 불과하다”며 “대학생 대학원생 등 20대를 위한 저렴한 임대주택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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