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부부싸움때 공포심 유발하면 협박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4일 03시 00분


항소심 “실제 가해 의도와 상관없이 성립”… 원심 파기

최모 씨(38·여)는 2007년 5월 서울 강북구 자신의 집에서 남편 김모 씨(40)가 바람을 피웠다며 남편을 다그쳤다. 하지만 김 씨는 이를 극구 부인하면서 부부싸움이 벌어졌다. 그러다 김 씨는 결국 식칼 2개를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불륜이 사실이라면 내가 죽겠다”고 위협했다. 이후 최 씨는 “남편이 흉기를 꺼내 자신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며 김 씨를 고소했으나 재판 과정에서 부부의 진술이 엇갈렸다.

지난해 6월 1심 재판부는 남편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거짓말 탐지기 조사 결과가 진실 반응으로 나온 점과 부인 진술의 일관성이 부족한 점 등을 감안하면 유죄라는 확신을 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부부 싸움 중 실제 가해 의도와 관계없이 상대에게 해악을 줄 수 있다는 공포심을 유발했다면 협박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다. 서울북부지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오천석)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김 씨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스스로) 죽겠다’고 말했다 해도 김 씨의 언행은 부인을 가해하겠다는 의사표시로 이해되기에 충분하고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라 할 수 있다”며 “실제 가해 의도나 욕구가 있었는지는 협박죄 성립에 아무 영향이 없다”고 판시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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