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부장에서 연구원으로 ‘행복한 강등’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4일 03시 00분


한국기초과학지원硏연구중심 조직개편에 직원들 반색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물성과학연구부장인 김해진 박사(46)는 새해 아침 부장에서 일반연구원으로 발령 났다는 통보를 받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 박사는 미래동력으로 각광받는 나노(nm·1nm는 10억 분의 1m) 분야의 핵심 연구인력. 그는 이번 인사를 강등이 아닌 배려로 받아들인다. 다른 연구부서 김모 팀장도 팀장 직에서 물러나야 했지만 표정은 즐겁기만 하다.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원장 박준택)이 1일자로 단행한 조직개편이 대덕연구단지 내 연구소와 정부출연연구기관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개편의 골자는 대전에 있는 본원 및 오창캠퍼스를 포함한 전국의 9개 지역센터 연구부서 20개 팀을 모두 폐지하고 3개 팀만 남겨둔 것. 팀장이 맡아온 일은 부장이 전담토록 하고 부장을 그만두고 연구에만 전념하겠다는 의견도 모두 받아들였다.

“연구에 전념해야 할 부장과 팀장들이 회의 참석이니, 서류작성이니, 행정업무에 매달리는 폐단을 없애고 그들을 실험실로 돌아가게 하려는 겁니다.”

박 원장은 2개월 동안 연구부서 부장, 팀장, 연구원들과 일일이 개별면담과 설문조사를 거쳐 ‘행정으로부터의 해방’을 선언했다. 연구원 업무규정도 뜯어고쳐 결재단계를 대폭 줄였다. 조직개편으로 연구원들은 국내 대학 및 연구기관 등에 연구 장비를 지원하고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데에만 매달릴 수 있게 됐다. 김해진 박사는 부장업무로 빼앗겼던 하루 4, 5시간을 연구에 몰두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청정에너지와 친환경을 추구하는 미래는 ‘수소 경제’가 지배한다는 확신이 있으나 행정업무 때문에 연구에 전념할 수 없었다”며 “이제는 밤새워 연구만 할 수 있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세계 유명 과학저널인 ‘네이처’나 ‘사이언스’ 등에 더 많은 논문이 게재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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