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협상땐 2000만원 내라” 용산세입자委 ‘서약서’ 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5일 03시 00분


탈퇴 선언한 상인 상대 지급명령서 받아내 물의

용산 철거민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 재개발 4구역 일부 세입자들이 대책위원회를 만든 뒤 재개발 조합과 개별협상을 하는 세입자 회원들은 대책위에 2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서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대책위 탈퇴회원 임영한 씨(55)가 대책위에 2000만 원을 지급하게 명령해 달라며 용산4구역 세입자 모임인 ‘민주노동당용산4구역세입자대책위원회(대책위)’가 서울서부지법에 제출한 ‘지급명령신청서’에 따르면 임 씨 등 대책위 회원 28명은 지난해 5월 25일 “재개발 조합과 개별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며 개별협상을 벌여 중간에 대책위를 탈퇴하면 위약금 명목으로 대책위에 2000만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작성했다. 같은 날 대책위와 회원들은 이 서약서를 법무법인에서 공증까지 받았다.

대책위는 회원들이 재개발 조합과 개별협상을 벌여 보상금을 지급받는 것을 차단하고 조합을 상대로 한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의 서약서를 작성했다. 대책위 회원들은 이후 재개발 조합과의 상가 이전 관련 보상금 소송을 맡긴 법무법인 ‘정평’이 기존에 제시된 보상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받아 내거나 임시이주상가 개설 합의를 이끌어 냈을 경우 회원 1인당 500만 원을 ‘성공 보수’로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서도 법무법인 측과 체결했다.

대책위는 지난해 11월 28일 조합과 개별협상을 통해 보상금을 받은 임 씨가 대책위 총회에서 “나는 보상금을 받았으니 대책위를 탈퇴하겠다”고 하자 이 서약서를 근거로 법원에 “위약금 2000만 원을 지급하게 해달라”는 지급명령 신청을 냈다. 이에 법원은 12월 15일 임 씨에게 “위약금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민주노동당 용산4구역 세입자대책위원회’와 임영한 씨 사이에 체결된 서약서 사본.
‘민주노동당 용산4구역 세입자대책위원회’와 임영한 씨 사이에 체결된 서약서 사본.
임 씨가 법원의 지급명령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제출해 대책위와 임 씨 사이에 채무 관계가 존재하는지는 향후 민사소송에서 가려질 예정이다. 용산 참사가 발생한 남일당 건물 지하에서 술집을 운영해 온 임 씨는 “아내의 건강이 좋지 않고 보상협상이 길어져 불가피하게 보상금을 받았는데 위약금을 내라는 것은 같은 세입자 처지에서 너무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용산4구역 재개발 조합에 따르면 대책위에서 임 씨 외에도 추가로 한 명이 개별적으로 보상금을 받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대책위는 법원에 임 씨를 상대로 위약금 지급명령을 내려달라고 신청하면서 “‘민주노동당’이라는 명칭이 들어간 것은 민노당이 철거민 권익보호 활동을 하기에 들어간 것일 뿐 민노당과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용산참사 현장 무단 점거 전철련 간부 등 9명 기소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유호근)는 4일 서울 용산철거민 화재참사가 일어난 뒤 참사 현장을 무단 점거하고 차량 통행을 막는 등 재개발 공사를 방해한 혐의로 전국철거민연합회(전철련) 산하 용산4구역 세입자대책위원회 위원장 유모 씨(40·여) 등 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월 용산 참사가 일어난 직후인 2∼4월 참사 현장인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을 무단 점거해 분향소를 만들고, 건축 폐기물을 나르던 화물차의 통행을 막는 등 재개발 공사를 방해한 혐의(주거침입 및 업무방해)를 받고 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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