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세계에선 저출산이 문제라지만 지난해 서울동물원에서는 여러 종들이 출산에 성공했다. 위쪽부터 세계적 희귀 동물인 흰손긴팔원숭이(흰손기번)과 국내 천연기념물 202호인 두루미, 야생에선 이미 멸종한 한국 토종여우의 새끼들. 사진 제공 서울동물원
사람들은 저출산 시대라 하지만 동물들은 다산(多産)에 성공했다. 서울시가 4일 내놓은 ‘2009년 희귀동물 출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동물원에서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등록된 동물들과 국내 천연기념물 등 137마리가 태어났다.
보고서상 동물들은 닭과 오리 등 흔한 조류를 빼고 모두 CITES에 등재돼 국제적으로 보호받는 동물들이다. 야생에선 이미 멸종된 천연기념물 199호이자 CITES 1급으로 지정된 황새부터 반달가슴곰(천연기념물 329호)과 세계적으로도 드물어 호랑이보다 몸값이 비싼 흰오릭스(CITES 1급) 등 60여 종에 이른다.
이 중 동물의 국제 거래에도 엄격한 규제를 받는 1급 동물들은 사자(수컷 3마리, 암컷 1마리), 황새(수컷 1마리, 암컷 2마리), 알락꼬리여우원숭이 3마리, 흰오릭스 2마리, 표범 2마리, 침팬지, 오랑우탄, 콘도르, 흰손긴팔원숭이(흰손기번) 각각 1마리씩이다. 이 중 황새를 비롯해 두루미와 토종여우, 노랑부리저어새, 반달가슴곰은 한국 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천연기념물들이다. 망토원숭이, 바바리양, 사바나원숭이, 필리핀원숭이, 돼지꼬리원숭이, 검둥이원숭이는 멸종 위험이 높아 CITES 2급으로 등록된 동물들이다.
지난해 서울동물원의 가장 큰 성과는 멸종된 한국 토종여우를 복원한 것. 한국 토종여우는 1970년대 이후 남한 땅에서는 모두 사라진 상태여서 환경부에서도 핵심 복원 대상으로 지정했다. 서울동물원은 2006년 북한에서 토종여우 암수 한 쌍을 들여온 것을 시작으로 3년간 복원 사업을 펼쳐온 결과 지난해 5월 5일 암컷 3마리를 자연 번식시켰다. 1969년 창경원 동물원 시절 태어난 8마리 이후 최초의 번식이다.
지난해 태어난 여우까지 합해 서울동물원에는 현재 수컷 4마리와 암컷 10마리가 살고 있다. 동물원은 올해도 새끼 여우를 태어나게 하기 위해 이달 5일 서울대 수의과대와 암수를 교환하기로 했다. 근친교배를 방지하고 토종 혈통을 보존하기 위해서다. 서울대 수의과대는 수컷 3마리와 암컷 1마리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동물원 암컷과 서울대 수의과대 수컷이 교환됨으로써 서울동물원에는 5쌍의 번식쌍이, 서울대에는 2쌍의 번식쌍이 생긴다. 5일 교환한 뒤 동물원과 서울대는 계획된 일정에 따라 번식쌍을 맞추고 얼굴 익히기 작업을 마친 뒤 합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서울동물원 측은 “여우는 겨울에 발정이 와서 짝짓기를 하고 봄에 새끼를 낳기 때문에 일정이 순조롭게 이뤄져야 한다”며 “현재 신혼 여우 부부를 위한 새로운 보금자리도 마련해 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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