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염, 명품으로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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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6일 03시 00분


최고급 佛 게랑드염보다 칼륨은 3배인데 값은 50분의 1 ‘푸대접’

염전바닥 유해 PVC 교체등
친환경 소재로 시설 개선
정부, 민자 유치-품질 향상
‘백색 노다지’ 적극 지원

전남 신안군 증도면에 자리 잡은 462만 m² 규모의 태평염전은 국내 염전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해 1만5000t가량의 천일염을 생산해 30여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시설 개선 작업은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매출 중 인건비를 제외하면 남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 김종률 대표이사는 “1953년부터 염전을 시작해 시설이 노후하지만 천일염 가격이 낮아 시설 개선비용을 따로 충당할 수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 같은 염전 농가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천일염을 우리나라의 대표 식품으로 육성하기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 몸에 좋은 명품 소금

소금은 통상 천일염과 정제염으로 분류된다. ‘기계염’으로도 불리는 정제염은 바닷물이 기계 공정을 거친 뒤 나오는 소금이지만 남·서해안에서 주로 생산되는 천일염은 바닷물을 염전으로 끌어와 바람과 햇빛으로 말리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생산된다.

정부가 천일염 육성에 나선 것은 천일염이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우수한 성분에도 불구하고 홍보 부족 등으로 제대로 대접을 못 받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세계 최고의 명품 소금으로 평가받는 프랑스의 게랑드염에 비해 천일염은 비만의 주범인 염화나트륨의 함량은 낮고 몸에 좋은 칼륨과 마그네슘 함량은 3배 높다”며 “하지만 게랑드염이 kg당 5만4000원에 판매되는 반면 천일염은 1100원에 판매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천일염 값이 이처럼 싼 것은 2008년까지 식품이 아닌 광물로 분류된 탓에 제대로 된 지원책과 유통구조가 없었기 때문. 여기에 값싼 중국산이 국산으로 둔갑하는 일도 빈번해 천일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컸다. 정부는 천일염의 관리·유통구조를 개선하고 대표 브랜드를 육성한다면 국내뿐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정부, 시설 개선 지원하고 민간 투자 유치키로

정부는 먼저 노후한 염전시설을 교체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국내 염전은 대부분 생산을 시작한 지 30년 이상 된 데다 PVC(염전 바닥)나 슬레이트(창고) 등의 자재가 쓰여 유해물질이 검출될 수 있다. 이를 친환경 소재로 교체하겠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천일염의 최고급화를 위해 모든 유해 요소를 제거해 ‘국산 천일염은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는 것을 첫 단계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올해 천일염 지원에 지난해 예산(33억 원)의 2배가 넘는 87억 원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민간자본 유치도 본격 추진된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2월 대상그룹이 전남 신안군과 1400억 원 규모의 투자 협정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민간자본 유치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또 kg당 500원 선인 산지 도매가를 2배 이상 높이기 위해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대표 브랜드를 육성키로 했다. 중국산의 범람을 막기 위한 이력추적제도 도입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천일염은 전통발효식품이 많은 한식을 지탱하는 근간이자 바닷물이라는 무한자원을 이용하는 친환경 사업”이라며 “‘소금산업 중장기 발전 종합 로드맵’을 6월까지 마련하고 본격적인 지원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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