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운동장이 주택가 주차난을 해소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운동장 지하에 공영주차장을 건설하면 용지 매입비가 들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지난해 3월 준공돼 운영 중인 서울 관악구 난곡동 난우중학교 공영주차장의 모습. 사진 제공 서울시
서울 관악구 봉천동 주민들은 부족한 주차 공간 때문에 불편을 겪을 때가 많다. 골목골목 빈 공간을 활용해 차를 대고 있지만 넘치는 주차 수요를 감당하기는 벅차다. 빌라 등 다가구 주택이 밀집한 이 지역에는 공영 주차장을 조성할 만한 용지도 마땅치 않다.
서울시와 관악구가 이 지역의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총사업비 62억8800만 원을 들여 인근 당곡중학교 운동장 지하에 공영주차장을 만들기로 결정한 것. 150면 규모의 이 주차장이 올해 12월 완공되면 주차난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학교 운동장이 주택가 주차난을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 학교 운동장이 주민 주차장으로
서울시는 시 예산과 구 예산 350억 원을 들여 학교운동장 용지를 활용해 주택가 공영주차장을 늘리겠다고 5일 밝혔다. 대상 용지는 종로구 청운동 경기상고, 금천구 시흥동 신흥초등학교, 관악구 봉천동 당곡중학교, 성북구 삼선동 경동고등학교, 동작구 상도동 국사봉중학교 등 5곳이고, 주차 규모는 총 641면이다.
경기상고 지하주차장은 지하 2층, 124면 규모로 내년 6월까지 들어선다. 주차장 운영수익금 중 50%는 학교로 배분해 학교발전기금으로 쓰도록 했다. 관광버스 주차장 44면도 함께 만들어 인근 경복궁, 광화문광장 등을 찾는 관광객을 위해 개방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최근 문화재청이 경복궁 내 관광버스 주차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관광객들의 불편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며 “경기상고 주차장은 주민들뿐만 아니라 종로구를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두루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광화문광장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광장 옆 시민열린마당에도 55면 규모의 지하주차장을 건설하겠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54억2000만 원을 들여 짓고 있는 신흥초등학교 지하주차장은 지하 2층, 120면 규모로 올해 6월 완공된다. 59억9500만 원이 투입돼 127면 규모로 들어서는 국사봉중학교 지하주차장은 올해 12월에 첫선을 보인다. 경동고등학교 지하주차장은 120면 규모로 내년 12월까지 공사를 끝내기로 하고 최근 실시설계에 들어갔다.
○ 용지 매입비 들지 않아 저렴해
서울시는 1997년 성동구 금호동 금호초등학교 운동장 지하주차장을 시작으로 2008년까지 총 962억 원을 투입해 총연면적 8만9635m²(약 2만7000평), 2655면 규모의 지하주차장 20곳을 이미 건설한 바 있다. 2007년 이후로는 사업계획을 잡지 않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계획을 수립해 이들 용지에 주차장을 만들기로 확정한 것. 시 관계자는 “별도의 용지 매입비가 들지 않아 저렴하다”며 “주택가 주차난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주차장 운영은 자치구나 자치구 산하 시설관리공단에 맡긴다. 주차 요금은 시 조례로 정한 ‘공영주차장 주차요금표’를 따른다. 주변 교통량에 따라 1급지부터 5급지까지 구분한 뒤 교통량이 많은 곳은 요금을 많이 내고, 주택가 인근처럼 번화가가 아닌 곳은 적게 부담하는 식이다. 주택가에 해당하는 5급지 인근 공영주차장은 월 3만∼5만 원씩 정액으로 받거나 방문 차량의 경우 10분당 100∼200원을 내면 된다. 주간에만 주차할 경우는 매달 3만∼5만 원씩 내면 된다. 야간에만 주차할 경우 매달 2만 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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