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네 마리가 정담을 나누는 듯 우리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수리부엉이들도 한가로운 표정으로 나무에 걸터앉아 있다. 어린 산양은 건강을 자랑하려는 듯 껑충껑충 뛰논다. 참매, 새매, 큰소쩍새, 너구리, 오소리 등 야생동물이 가득하다. 조류 대부분은 천연기념물이다. 작은 동물원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강원 춘천시 강원대 안에 있는 이곳은 야생동물들의 응급실인 강원도야생동물구조센터. 센터장인 김종택 교수(52·수의학과)의 근무처이기도 하다.
김 교수가 이곳에서 보살피는 야생동물은 항상 40∼60마리에 이른다. 날개가 부러진 독수리, 머리를 다친 산양, 척추를 다쳐 날지 못하는 수리부엉이도 있다. 그는 이렇게 만신창이 상태로 들어온 동물들을 수술하고 치료한 뒤 재활훈련으로 건강을 되찾아준다. 그러나 그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생존율은 겨우 43%. 이들 대부분이 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심각한 상태로 실려 오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해도 살리지 못할 때가 많아요. 그럴 때가 가장 안타깝지요. 하지만 죽을 뻔한 동물들을 치료해 자연에 방사하거나 동물원에 기증할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해 김 교수의 손을 거쳐 간 야생동물은 400마리가 넘는다. 센터 개소 첫해인 2006년 218마리에서 2007년 310마리, 2008년 349마리 등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 교수의 일과도 바빠졌다. 초대 센터장을 맡은 이후 휴일은 물론이고 방학 때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 고향이 전남 광양인 그는 성묘도 명절이 지난 뒤 짬을 내 잠깐 다녀오는 게 고작이다. 센터 직원들과 제자들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학생들이 가장 선호했던 김 교수의 야생동물실험실은 3D 교실로 변했다. 그러나 숱한 실전 치료를 통해 실력만큼은 확실하게 보장되는 셈이다.
매년 입원하는 동물이 늘어나는 반면 평균 입원일수는 줄어들고 있다. 2006년 37일에서 2007년 30일, 2008년 23일로 줄었다. 김 교수와 의료진의 진료 노하우가 그만큼 쌓여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야생동물을 치료하다 여러 차례 다쳤다. 산양 뿔에 손목이 찔려 피를 쏟기도 하고 황조롱이 발톱에 얼굴을 긁혀 한 달 동안 피부과 신세를 진 적도 있다. 그럼에도 그의 야생동물 사랑은 여전하다.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와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많은 관심과 시간을 할애하는지도 모른다.
김 교수는 야생동물들의 부상 책임을 ‘사람 탓’으로 돌린다. 사람들이 설치해 놓은 덫과 올가미에 걸려 다친 동물이 많기 때문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수달이 덫에 걸린 채 그대로 실려 온 적도 있다고 한다.
“치료도 중요하지만 동물들이 다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요. 야생동물 보호는 우리가 후손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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