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우리 대학 스타/강원대 야생동물구조센터장 김종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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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6일 07시 15분


“휴일도 없지만… ‘동물들의 119’ 보람”

날개가 부러진 독수리를 치료 중인 김종택 교수(가운데)와 의료진. 이인모 기자
날개가 부러진 독수리를 치료 중인 김종택 교수(가운데)와 의료진. 이인모 기자
독수리 네 마리가 정담을 나누는 듯 우리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수리부엉이들도 한가로운 표정으로 나무에 걸터앉아 있다. 어린 산양은 건강을 자랑하려는 듯 껑충껑충 뛰논다. 참매, 새매, 큰소쩍새, 너구리, 오소리 등 야생동물이 가득하다. 조류 대부분은 천연기념물이다. 작은 동물원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강원 춘천시 강원대 안에 있는 이곳은 야생동물들의 응급실인 강원도야생동물구조센터. 센터장인 김종택 교수(52·수의학과)의 근무처이기도 하다.

김 교수가 이곳에서 보살피는 야생동물은 항상 40∼60마리에 이른다. 날개가 부러진 독수리, 머리를 다친 산양, 척추를 다쳐 날지 못하는 수리부엉이도 있다. 그는 이렇게 만신창이 상태로 들어온 동물들을 수술하고 치료한 뒤 재활훈련으로 건강을 되찾아준다. 그러나 그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생존율은 겨우 43%. 이들 대부분이 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심각한 상태로 실려 오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해도 살리지 못할 때가 많아요. 그럴 때가 가장 안타깝지요. 하지만 죽을 뻔한 동물들을 치료해 자연에 방사하거나 동물원에 기증할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해 김 교수의 손을 거쳐 간 야생동물은 400마리가 넘는다. 센터 개소 첫해인 2006년 218마리에서 2007년 310마리, 2008년 349마리 등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 교수의 일과도 바빠졌다. 초대 센터장을 맡은 이후 휴일은 물론이고 방학 때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 고향이 전남 광양인 그는 성묘도 명절이 지난 뒤 짬을 내 잠깐 다녀오는 게 고작이다. 센터 직원들과 제자들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학생들이 가장 선호했던 김 교수의 야생동물실험실은 3D 교실로 변했다. 그러나 숱한 실전 치료를 통해 실력만큼은 확실하게 보장되는 셈이다.

매년 입원하는 동물이 늘어나는 반면 평균 입원일수는 줄어들고 있다. 2006년 37일에서 2007년 30일, 2008년 23일로 줄었다. 김 교수와 의료진의 진료 노하우가 그만큼 쌓여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야생동물을 치료하다 여러 차례 다쳤다. 산양 뿔에 손목이 찔려 피를 쏟기도 하고 황조롱이 발톱에 얼굴을 긁혀 한 달 동안 피부과 신세를 진 적도 있다. 그럼에도 그의 야생동물 사랑은 여전하다.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와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많은 관심과 시간을 할애하는지도 모른다.

김 교수는 야생동물들의 부상 책임을 ‘사람 탓’으로 돌린다. 사람들이 설치해 놓은 덫과 올가미에 걸려 다친 동물이 많기 때문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수달이 덫에 걸린 채 그대로 실려 온 적도 있다고 한다.

“치료도 중요하지만 동물들이 다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요. 야생동물 보호는 우리가 후손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입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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