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대출 못받는 2만여명 “등록금 당장 어디서 구하나”
李대통령 “매우 안타깝다”… 대학 장학금 일시 확대 당부
“직원 뽑고 기부금 모았는데”… 새 단장 장학재단 ‘허탈’
이명박 대통령은 6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ICL) 관련 보고를 받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기대하고 있을 텐데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실망이 아주 클 것이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ICL 시행이 불발된 만큼) 대학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배려해줬으면 좋겠다. 한시적으로라도 장학혜택을 더 베풀어주면 고맙겠다”고 주문했다.
이어 “2학기부터는 예정대로 ICL 제도가 시행되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의지와 열정은 있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아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정부가 힘과 용기를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서 교육과학기술부는 국회의 법안 처리 지연으로 올해 1학기에는 ICL 도입이 불가능하다고 보고했다. 또 ICL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일단 일반 학자금 대출을 받게 한 뒤 나중에 이를 ICL로 전환하는 방안도 행정 절차상 시행이 어렵다고 밝혔다.
정병선 교과부 학생학부모지원과장은 “ICL에 따른 대출을 실시하려면 1학기에만 4조7000억 원이 필요한데 관련 법령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바람에 급하게 재원을 확보했지만 최대 3조5000억 원에 그친다”며 “추후에 대출을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재원이 부족해 1학기 대출은 불가피하게 기존 제도로 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2월 4일까지 등록을 마쳐야 하는 대학 신입생은 물론이고 3월 초까지 등록해야 하는 재학생들도 필요할 경우 기존 대출제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2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 금융채무불이행자 학생들은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보게 됐다. 금융채무불이행자는 기존 학자금 대출제도로는 돈을 빌릴 수 없지만 ICL로는 대출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ICL 도입을 가장 기다렸던 이들은 제도권 금융기관을 벗어난 방법으로 등록금을 조달하지 않는 한 등록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ICL을 위해 출범한 한국장학재단 역시 본의 아니게 일손을 놓게 돼 고심하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은 지난해 제정된 한국장학재단법에 따라 이경숙 전 숙명여대 총장을 재단 이사장으로 영입해 출범했다. 그러나 한국장학재단법 개정이 가로막히며 당초 예정대로 ICL 업무에 착수하지 못하게 된 것.
현행법은 장학재단의 채권 발행 상한선을 자본금의 10배로 묶어 두고 있는데, 개정안은 이를 풀어 자금 운용을 여유롭게 한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개정안이 묶이면서 채권 발행이 늦어지고 있다.
장학재단은 최근 실시한 직원 공채에서 40명 모집에 경영학석사(MBA)를 비롯한 석사학위 소지자 540명 등 4300여 명이 몰려 20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마당발로 유명한 이 재단 이사장은 공기업과 금융권을 직접 찾아다니며 다양한 기부 약정을 끌어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국인삼공사는 지난해 수익금의 1%에 해당하는 20억 원을 기부하기로 했고, 외환은행 나눔재단은 5억 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장학재단은 이처럼 ‘돈과 사람’을 모아가고 있는데도 정작 ICL 도입이 늦어지는 바람에 기존 대출 업무만 처리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장학재단 관계자는 “당초 예정대로라면 이미 채권을 발행하고 대출 대상자를 확인하는 등 가장 바빠야 할 시기인데 제도 도입이 늦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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