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을 분노케 한 아동성폭력 사건인 일명 ‘나영이 사건’의 피해자 나영이(가명·9)가 새해를 맞아 신체 회복을 위한 수술을 받았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외과는 6일 나영이가 배변주머니를 제거하고 대장과 항문 기능을 되돌리는 1차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배 외부로 나와 있는 대장을 원래 위치로 돌려놓고 내부 장기들의 기능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대수술이었다.
이날 수술 대기실에서 만난 나영이의 아버지는 “굳이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 배변주머니를 제거해야 하나 싶었지만 무엇보다 본인이 무척 원해서 수술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영이가 정신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외적으로 더 자연스러운 삶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세브란스병원 소아외과 측과 논의해 최근 수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나영이 아버지는 “처음에는 배변주머니 때문에 밖에도 잘 나가지 않던 나영이가 친구 집에도 놀러가고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오는 등 부쩍 적응이 된 듯한 모습이라 또다시 힘든 수술과 변화를 거쳐야 하나 고민을 했다”며 “하지만 깔끔한 성격의 나영이가 배변주머니를 꼭 제거하기를 원하고 수술을 잘 치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인공장기(항문) 이식에 앞서 몸을 준비시키는 사전 수술 격인 이번 1차 수술의 경과가 좋아야 6개월 뒤 인공항문 이식을 마무리하는 2차 수술이 진행될 예정이다. 그 후에도 인공장기에 적응하려면 2∼3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영이 아버지는 “5∼6시간이 걸리는 수술을 받으러 들어가면서도 나영이가 의젓함을 잃지 않았다”며 “쉽지는 않겠지만 나영이가 큰 스트레스 없이 이겨내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나영이는 심리적 충격에서는 거의 회복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전의 쾌활함을 되찾으면서 매주 받던 상담치료도 격주로 줄였다. 주치의인 연세대 의대 신의진 교수(정신과)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와 우울증 증상이 없어졌고 또래 아이들과 같은 상태로 돌아왔다”며 “사춘기 때 생길 수 있는 위기만 잘 대처하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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