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학로 일대 소극장에는 ‘숨은 진주’ 같은 공연이 많지만 관객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수준 높은 공연이라도 홍보나 마케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극단이 많기 때문. 관련 정보가 부족한 관객 역시 열심히 발품을 팔지 않으면 숨은 진주를 찾아내기가 어렵다. 서울문화재단이 극단과 관객 간 거리를 좁히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 ‘숨은 진주’ 만나기
서울문화재단은 8일부터 3월 7일까지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예술센터에서 ‘2009 대학로우수작품 인큐베이팅 프로젝트’ 선정작을 공연한다. 2006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대학로에서 공연됐던 작품 중 심사를 거쳐 극단 ‘신기루만화경’의 ‘설공찬전’, 극단 ‘죽도록 달린다’의 ‘호야: 好夜’, 극단 ‘죽죽(竹竹)’의 ‘맥베스’, 극단 ‘서울공장’의 ‘도시녀의 칠거지악’을 선정했다. 이들 극단은 서울문화재단으로부터 예산, 공연장, 배우 교육, 홍보 및 마케팅 등을 지원받아 중극장 규모로 확대 공연에 들어간다.
‘설공찬전’은 1511년 채수(蔡壽)가 쓴 한문소설 ‘설공찬전’을 각색해 만든 작품이다. 조선 최초로 필화(筆禍) 사건을 일으킨 원작을 이해제 감독이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했다. 저승에서 영혼만 돌아온 주인공이 사촌동생의 몸을 빌린 뒤 정치를 풍자하며 일으키는 소동을 담았다. 교묘한 언어유희와 날 선 풍자가 연극 내내 흐르는 것이 특징. 몇 초 간격으로 두 인격을 모두 표현하는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도 주목할 만하다.
조선시대 왕을 둘러싼 궁궐 여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호야: 好夜’는 연극계 명콤비 부부인 서재형 감독과 한아름 작가의 작품이다. 2008년 11월부터 대학로에서 연일 매진 신기록을 세우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배우들이 극본의 지문과 해설까지 직접 읽고 연기해 관객의 몰입을 유도하는 것이 특징. 11명의 배우와 2명의 악사가 연극이 끝날 때까지 퇴장하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것도 볼거리다.
○ 고전도 현대극도 한곳에서
셰익스피어의 고전 ‘맥베스’는 극단 죽죽(竹竹)에 의해 다시 태어난다. 죽죽은 2001년 창단 이후 ‘지상의 모든 밤들’ ‘나의 교실’ 등 실험성 강한 작품으로 주목을 받아 왔다. 2006년 ‘지상의 모든 밤들’로 서울연극제 연기상, 올해의 예술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연출을 맡은 김낙형 감독은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압축된 대사나 배우의 동작을 강조하는 표현기법으로 고전을 재구성했다.
‘도시녀의 칠거지악’은 브레히트의 발레극 ‘소시민의 칠거지악’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안나’라는 같은 이름을 가진 세 명의 노처녀가 만들어 내는 일곱 가지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노처녀’란 규정 속에 자아를 잃은 이들의 ‘자아 찾기 노력’이 일곱 가지 죄악으로 치부되는 상황을 우스꽝스럽게 그렸다. 2006년 초연 이후 밀양연극제에서 3개 부문을 수상했다. 문의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www.sfa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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