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제199호 황새. 습지 먹이사슬의 최강자이면서 행복과 고귀, 장수를 상징하는 상서로운 새로 알려져 있다.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국내 농촌 어디서나 번식하던 텃새였지만 농촌 생태계 훼손으로 지금은 찾아볼 수가 없다. 동아일보 특종(1971년 4월 1일자 1면)으로 충북 음성에서 마지막으로 한 쌍이 발견됐지만 이 가운데 수컷이 밀렵꾼의 총에 맞아 죽고 ‘과부 황새’마저 1994년 9월 서울대공원에서 죽으면서 국내에서 완전히 멸종됐다. 국제적 보호조류로 멸종위기 1급 동물로 지정될 만큼 ‘귀한’ 존재가 됐다.
그러나 충북 청원군 강내면 한국교원대에 가면 어미 황새와 새끼 황새 75마리를 만날 수 있다. 이는 국내 유일의 황새 복원 연구기관인 이 대학 황새복원연구센터 소장 박시룡 교수(58)의 노력으로 가능했다.
박 교수가 황새 복원 외길에 나선 것은 종(種)이 없어지는 안타까움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 “20년 전 교원대에 부임한 뒤 ‘휘파람새 방언’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농촌에 흔한 여름 철새였지만 연구 시작 10년 뒤에는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아름다운 휘파람새의 지저귐이 사라진 거죠. 농약 사용과 농경지 개발 등이 원인입니다.”
박 교수는 이때부터 사라져 가는 종을 복원하기로 마음먹고, 황새를 그 ‘1순위’로 삼았다. 황새가 농촌 생태계의 먹이 피라미드 최상위 포식자여서 황새를 살리면 휘파람새도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1996년 러서 20마리 들여와 인공-자연번식 잇달아이뤄 “예산 황새생태마을에 2012년 자연 방사 계획”
이후 1996년부터 20여 마리의 황새를 러시아에서 들여와 복원을 시작했다. 2002년 세계에서 4번째로 황새 인공번식(알을 인공으로 부화시켜 실험실에서 키우는 것)에 성공했다. 이듬해에는 황새 어미가 새끼를 직접 기르는 자연번식까지 이뤄냈다. 2007년 6월 15일에는 수컷 ‘부활이’와 암컷 ‘새왕이’ 한 쌍을 청원군 미원면 화원리에 시험 방사했다. 박 교수는 “야생방사 결과 의외로 잘 적응한다”며 “황새는 먹이가 비슷한 왜가리나 백로 등에 비해 사냥 기술이 뒤떨어져 환경오염 등으로 먹이가 줄어든 상황에 잘 적응하지 못해 멸종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황새 복원은 단순히 종의 복원을 넘어 정신의 회복”이라고 주장한다. 농산물 수확을 위해 농약 쓰는 걸 합리화하면서 땅이 죽고, 이는 곧 정신도 죽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황새 복원을 “우리 정신을 회복시키는 농촌 녹색운동”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박 교수에게 지난해 6월 좋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문화재청이 충남 예산군 봉산면 옥전리를 전국 유일의 ‘황새마을’로 지정한 것. 예산군은 정부 지원과 자체 예산 등 129억 원을 들여 올해부터 2012년까지 황새 생태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다. 박 교수는 그해에 황새를 자연에 날려 보낼 생각이다.
박 교수는 황새 복원을 위해 4대강 사업도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황새가 부활하기 위해서는 농촌의 논과 하천, 강으로 연결되는 모든 통로가 생물 서식공간으로 변해야 한다”며 “강 가장자리에 습지를 만들어 황새와 같은 습지 조류의 먹이터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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