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품은 섭씨 400도의 고열을 견디고 분당 4만 번의 회전에도 뒤틀림이 생기지 않도록 특수소재로 만들어져 있어요. 선박용 엔진에 들어가는 핵심장치로, 단가가 높아 매출을 높이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5일 오후 3시 대구 달서구 호산동 성서3차 산업단지 옛 삼성상용차 터에 들어선 STX엔파코 대구공장 제품 조립실.
이 회사 김환목 경영관리팀장이 주력제품인 터보차저(선박엔진출력 증강장치)에 들어가는 부품의 특성을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세계적으로 선박 발주량이 줄어 공장 가동률을 전년 대비 65% 수준으로 하고 있지만 올해 3000억 원의 매출 목표는 무난하게 달성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선박 엔진 부품 소재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1000억 원을 투자해 첨단소재 공장 건물 등을 완공한 데 이어 올해는 1000억 원을 추가로 투입해 본관(연구소 포함) 건물과 제3공장을 회사 내에 지을 예정. 새 공장에는 수소연료전지를 생산하는 설비를 갖출 방침이다. 지난해 생산직 근로자 120여 명을 지역에서 채용하고 급여도 성서산업단지 내 기존 업체보다 15∼20% 높게 책정했다.
옛 삼성상용차 터(64만2386m²·19만4000평)가 첨단 산업단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9년여 전 외환위기의 여파로 퇴출돼 지역경제에 충격을 안겨준 당시 삼성상용차 터에 첨단업종 기업들이 둥지를 틀어 대구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삼성상용차는 ‘1조5000억 원 투자, 연간 매출액 2조 원’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1996년 문을 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의 여파로 2000년 12월 파산 선고와 함께 문을 닫았다. 생산라인은 멈추고 공장 설비는 뜯겨져 베트남 등으로 팔려갔다.
상용차 공장이 있던 터를 대구시가 다시 사들여 새로운 공단을 조성했다. 이후 매출 규모가 큰 업체들이 속속 입주해 세수 확보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내고 있다. 옛 삼성상용차 터에는 현재 15개 업체가 입주해 공장을 가동 중이거나 짓고 있다. 지난해 11월 3일 문을 연 STX엔파코㈜ 대구공장(8만5288m²)과 한국OSG㈜(2만8623m²), 희성전자㈜(10만2511m²), 미리넷솔라㈜(3만6922m²), 제이브이엠(2만6255m²) 등 14개 업체가 가동 중이다. 모바일 부품 생산업체인 GMS(3만9884m²)는 2011년 완공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공장을 짓고 있다.
이들 업체는 엔진부품과 TV용 모니터, 모바일부품, 태양전지 모듈, 공작기계부품 등을 생산하는 첨단 업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STX엔파코 송우익 사장은 “올해는 기존 사업 영역 외에 첨단 핵심 소재 부품 전문회사로의 사업 전환을 시도할 것”이라며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매출액과 직원 채용 규모를 늘려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OSG 정태일 회장은 “기존의 주력 생산품인 절삭공구 생산 외에 의료기기용 금속제품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 의료산업 발전에 도움을 주는 기업으로 키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에 입주한 15개 업체의 매출 예상액은 투자 완료 시 7조4000억 원, 고용 인원은 80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시 김상훈 경제통상국장은 “옛 삼성상용차 터가 첨단산업단지로 탈바꿈해 지역의 신(新)성장동력이 되고 있다”며 “이곳에 입주한 업체들이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여건을 지속적으로 조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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