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체증이 확 풀리는 것 같습니다.” “세금 꼬박꼬박 내면서 권리행사는 제대로 못했는데, 이제야 내 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장기간 사용승인(준공검사)이 나지 않아 재산권 행사는 물론이고 집의 가치도 인정받지 못했던 부산 금정구 남산동 대명빌라 5차 19가구 입주민들은 6일 일제히 ‘만세’를 불렀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이재오) 현장조정회의로 해묵은 민원이 풀렸기 때문이다.
권익위는 이날 오후 금정구청에서 입주민 대표와 금정구청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장기 미사용승인 입주민 고충 관련 현장조정회의’를 열고 사용승인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 자리에는 주민대표 조용호 씨(55)와 김동환 주민자치회장(81), 서웅길 총무(69)를 비롯해 입주민 8명이 참석했다. 고봉복 금정구청장과 이현우 금정구의회 의장 등이 피신청인 자격으로, 권익위 이 위원장이 조정자로 나섰다.
대명빌라는 1990년 10월 건축허가가 난 뒤 1995년 1월 공사 마무리단계에서 건축주 부도로 공사가 중단됐다. 민원인들은 미납 분양 잔금으로 마감공사를 한 후 사용승인 없이 입주했다. 건축주가 이중, 삼중 분양을 하는 바람에 분양받은 이들끼리 법정다툼도 이어졌다.
입주민들은 건축주 명의를 자신들 명의로 변경한 후 구청에 여러 차례 사용승인 신청을 냈다. 그러나 구청은 “승인 전 입주했다”는 이유로 이행강제금 납부와 하자보수보증금 예치, 품질시험성과 총괄표 등 시공관련 서류 제출을 요구하며 사용승인을 해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19가구 중 17가구가 15년째 그대로 살고 있을 정도.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3년 전 집을 사 입주한 주민대표 조 씨와 주민자치회 김 회장이 적극 나서면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비슷한 이유로 고통을 받던 인근 H아파트가 2008년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조정으로 문제를 푼 사실을 알고 지난해 9월 조정신청을 낸 것.
이후 권익위는 수십 차례 현장조사와 주민면담을 하고 금정구청도 찾았다. 금정구청은 이날 품질시험성과 총괄표는 전문안전진단 업체 안전진단 결과서로 대체하고, 앞으로 하자가 발생할 경우 민원인 스스로 해결한다는 이행각서를 받는 조건으로 사용승인을 했다.
이 위원장은 조정을 끝낸 뒤 “해결이 어려운 듯했으나 서로 양보해 잘 마무리됐다”며 “민원 해결의 답은 현장에 있다”고 말했다. 15년째 이 빌라에 살고 있는 이원래 할머니(82)는 “건축물 관리대장이 있는 집이 됐다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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