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가 12가지 핵심 생활필수품의 가격을 7일 내렸다. 그동안 백화점식 마트를 표방하며 고급 상품군을 강화했던 이마트가 가격을 내리자,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도 생필품의 가격을 따라 내리며 ‘맞불작전’을 폈다. 새해 벽두부터 대형마트 업계에 치열한 가격 파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소비자에겐 일단 즐거운 소식이다.
○ 주요 생필품 가격 내렸다
이마트는 이날 “1차로 삼겹살, 즉석밥, 세제, 우유, 계란 등 12가지 핵심 생필품 가격을 종전보다 4∼36% 내린다”며 “앞으로 주요 생필품 가격을 추가로 내리는 것은 물론 올해 안에 모든 상품의 가격을 인하해 팔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마트는 국내산 삼겹살은 100g에 1550원에서 980원으로 36.8%, 자반고등어 1손(400g 내외)은 2280원에서 1710원으로 25% 내렸다. 공산품의 경우 CJ ‘햇반’(210g 4개들이)은 3200원에서 2980원으로, 오리온 ‘초코파이’(24개입)는 5090원에서 4580원으로 인하했다.
이마트 측은 “기존 단기 할인행사 때는 대형마트의 이익률을 확보한 채 제조업체의 프로모션 비용으로 가격을 내렸다”며 “이제는 대형마트의 이익률을 낮춰 상시 저가 정책으로 대형마트업의 본질을 회복하고 가격 선명성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이번 가격 인하로 연간 1000억 원의 영업이익 손실마저 감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마트는 왜 가격을 내렸을까. 이마트 관계자는 “빠르게 시장이 확대되는 온라인몰과 경쟁하기 위해선 대형마트로 손님을 많이 끌어온 뒤, 이마트 온라인몰을 올 5월 대대적으로 정비해 이 손님을 다시 온라인과 연계시키겠다”는 속내를 밝혔다. ○ 연쇄적인 생필품 가격 파괴
이마트가 12개 품목의 가격을 내리자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도 발 빠르게 같은 품목의 가격을 내렸다. 홈플러스는 이 중 당초 판매하지 않는 한 품목을 제외한 11개 품목, 롯데마트는 10개 품목의 가격을 이마트보다 더 내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이마트와 달리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의 가격 인하는 제조업체와 협상 없이 자체적으로 급하게 이뤄졌다”며 “일단 가격부터 내린 뒤 나중에 어떤 형태로든 비용 부담을 전가할까 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형마트들의 생필품 가격 인하가 소비자 입장에서 당장은 반길 일이지만 대량 매입이 어려운 동네 상권을 고사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김경배 전국슈퍼마켓연합회 회장은 “앞으로 제조회사들이 대형마트에만 싼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면 우유처럼 동네 상권 매입 비중이 높은 제품을 중심으로 불매 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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