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바깥 풍경이 외국어고의 현실처럼 보입니다. 이제 우리 스스로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전국외국어고교장협의회 회장인 강성화 고양외고 교장은 7일 서울 서대문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교육과학기술부의 입학제도 및 고교체제 개편 방안의 실효성’을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를 시작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정부의 외고 개편안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발제를 맡은 이성호 중앙대 교수는 “모든 학생을 영재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외고 폐지론자들이 주장하는 ‘모두를 위한 수월성’이란 비현실적인 정치적 구호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수월성 교육이 특정 분야에만 편중된 좁은 능력을 기르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영어 내신만으로 외고 학생을 선발하라는 정부의 주문은 황당무계하다”고 주장했다.
최순자 인하대 교수는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외고 체제 개편에 집중하기보다는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건설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고교·대학 입시에 교사의 평가를 적극 반영해 교사 권한을 강화하고 동시에 교원평가제를 통해 책임도 물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일반계고 교장으로 토론에 나선 황영남 세종고 교장은 “영어 내신으로 선발한다는 지침은 중학 교육을 절름발이로 만들고 또 다른 사교육을 유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정부 주도의 규제와 통제는 학교교육의 획일화를 조장하고 다양성과 창의성을 제약해 온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토론회를 마친 뒤 외고 학부모 500여 명은 외고 폐지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궐기대회를 열었다. 전국외고학부모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사교육비를 줄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대책이 외고 폐지라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외고 폐지를 주장하는 교수로만 구성된 연구팀이 아닌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진 새로운 팀에 의한 개선안 연구를 다시 시작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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