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폭설 2차피해 속출
염화칼슘 대부분 바닥나
“눈 더 오면 손으로 치울판”
날씨 주말에 다소 풀렸다가
내주 중반 또 한파 올 듯
최근 폭설로 인한 ‘2차’ 피해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동네 약국의 의약품이 부족해지고 택배 상품이 제때 도착하지 않는 등 물류가 마비되고 있다. 또 지대가 높거나 골목이 많은 지역은 쓰레기차가 들어오지 못해 쓰레기가 쌓이고 상수원이 얼어 식수 공급이 중단되는 지역이 생기는 등 시민 불편이 커지고 있다. ○ 물류 마비, 의약품 부족 사태도
회사원 염모 씨(33)는 1일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기저귀와 차량용 안전시트 등 유아용품을 주문했지만 1주일째 물건을 받지 못했다. 염 씨는 “택배 회사에 전화하면 눈 때문에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할 뿐”이라고 밝혔다. 택배회사들에 따르면 4일 내린 폭설 이후 물량 정체가 심해 이번 주 들어 택배 접수량의 60% 정도만 배달되고 있다. 한 택배회사 관계자는 “강원도 고지대, 전라도 폭설지역 등은 택배트럭이 아예 운행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의약품 배송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동네 약국은 하루에 2, 3번 의약품을 받지만 도로가 얼어붙은 지역의 경우 하루 한 번 배송도 어려운 형편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 내 약국의 약사 최모 씨(45·여)는 “눈이 많이 와서 4일 오후 도착 예정이었던 조제약이 하루 늦은 5일 오후에 도착하는 등 의약품 확보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폭설에 이은 한파로 강원도내 농촌 지역 간이 상수원의 배관 등이 얼어붙어 식수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 이에 따라 강원도소방본부는 소방차량을 동원해 6일 도내 11개 마을에 64t의 식수를 공급한 데 이어 7일에도 철원군 동송읍 이평리, 오지리,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리 등 7개 마을에 식수를 지원했다. 도소방본부 관계자는 “강추위가 시작된 6일부터 마을 곳곳에서 급수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골목에 쓰레기 수북
7일 오후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일부 골목에는 쓰레기봉투, 연탄재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일주일에 4번 오는 쓰레기차가 빙판길 때문에 한 번밖에 오지 않아 쓰레기가 그대로 쌓이고 있는 것. 주민 한강수 씨(65)는 “집에 모아둔 음식물 쓰레기는 이미 차고 넘칠 정도”라고 말했다.
독거노인을 위한 봉사활동도 중단됐다. 사회복지법인 연탄은행 역시 4일부터 7일까지 연탄배달활동을 중단했다.
○ 서울시 염화칼슘은 동나
수도권 전철이 고장을 일으켜 제대로 운행되지 않는 사태는 7일에도 계속됐다. 이날 수원역에서는 오전 8시 6분에 도착해야 할 병점행 수도권전철이 22분 늦은 8시 28분에야 도착하는 등 오전 11시까지 총 11대의 열차가 제시간에 운행되지 못하거나 아예 운행이 취소됐다. 승객들의 신발에 묻은 눈이 출입문 틈으로 들어가 얼어붙으면서 고장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비축해 뒀던 염화칼슘을 이달 4, 5일 모두 써버린 서울 시내 자치구들 사이에선 염화칼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 제설대책본부에 따르면 6일 기준 종로구와 용산구, 마포구, 강북구의 염화칼슘 잔량은 0t. 50t 미만인 곳도 중구, 광진구, 중랑구, 서대문구, 강서구, 구로구, 동작구, 영등포구, 서초구, 성동구 등 10곳에 이른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눈이 오게 되면 사람이 직접 눈을 쓸어내는 방법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상청은 맹추위가 주말부터 다소 누그러진 뒤 다음 주 중반쯤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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