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원전 집적지’ 경북도, 연구기반이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8일 03시 00분


국내원전 절반보유 무색
원자력 대학원 설치 등 전문인력 양성 대책마련을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자력발전소를 수출하는 계약이 체결된 후 국내에서 가장 원전이 많은 경북지역에서 원전산업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경주 월성원전의 모습. 사진 제공 월성원자력본부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자력발전소를 수출하는 계약이 체결된 후 국내에서 가장 원전이 많은 경북지역에서 원전산업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경주 월성원전의 모습. 사진 제공 월성원자력본부
지난해 12월 2일 경북 경주시 월성원자력본부에서 ‘원자력산업 클러스터 포럼’ 창립총회가 열렸다. 원자력을 전공한 교수를 비롯해 연구기관과 경북도 관계자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인사는 “한국이 조만간 아랍에미리트(UAE)의 대규모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수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언급해 관심을 모았다. 이 인사는 원전이 많은 경북지역이 원전 수출 이후 움직임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UAE 원전 수출이 결정된 이후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상당수 자치단체가 해당 기업 및 연구기관 등과 머리를 맞대고 있으나 정작 원전 기반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경북에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이 거의 없다. 2020년까지 경북 동해안을 중심으로 원자력산업 복합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구상 정도만 나왔을 뿐이다. 이 때문에 ‘원전 르네상스’라고 할 정도로 좋은 기회를 경북이 놓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경북에는 국내 원전 20기 가운데 경주와 울진에 10기가 가동되고 있다. 발전량도 50%가량을 차지하지만 원전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연구개발 기반과 관련 기업은 거의 없다. 최대 ‘원전 집적지’이지만 실속은 별로 없는 것이다.

이에 비해 울산과 경남, 부산 등지의 기업들은 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UAE 원전 수출에 따른 전략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편이다.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원자력본부는 올해 시무식 때 UAE 원전 수출을 계기로 국내 원자력산업을 선도해 나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전에 있는 원자력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중순에 원전 관련 기업들과 함께 원자력 수소 협의체를 만들었다. 원자력을 이용해 차세대 청정에너지인 수소를 대량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또 KAIST는 최근 UAE에 과학기술교육을 수출하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경북도는 여전히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해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최대 원전 집적지이며 3대 국책사업(방사능폐기물처분장,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양성자가속기)을 기반으로 국가 에너지 사업을 하기 위한 최적지라는 당위성을 강조하는 수준이다.

원전 붐에 따른 인력 양성과 제2원자력연구원을 유치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지만 세밀한 계획은 세우지 못하고 있다. 국가원자력위원회 위원인 포스텍 김무환 교수(52·원자력공학박사)는 “경북에 원전시설이 많은 데 비해 연구기반이 전무하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원자력은 종합학문이므로 학부에서 기계나 전자 전기, 금속재료 같은 분야를 전공한 학생을 대상으로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원자력대학원을 설치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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