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자가 매력적인 오답을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부분을 틀리게’ 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비문학에서 서술방식을 묻는 문항, 문학에서 표현방식을 묻는 문항에서 출제되는 비율이 높다. 특히 답지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나누어 어느 한쪽을 틀리게 하는데, 이런 문항을 답지의 한쪽만 보고 풀어서는 안 된다.》
대체로 서술방식이나 표현방식은 ‘∼하여(∼함으로써) ∼하고 있다’의 형식을 가진다. 이럴 때 전반부는 표현방식(서술방식)이고, 후반부는 표현효과(서술효과)이다. 출제자가 난도를 낮출 땐 전·후반부를 모두 그릇되게 진술해 오답을 분명히 드러낸다. 반면 난도를 높일 땐 전·후반부 중 어느 하나를 그릇되게 진술해 함정을 파놓는다.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에서는 현대소설 지문으로 이문구의 ‘관촌수필(행운유수 편)’이 나왔다. 서술방식을 묻는 38번 문항은 각 답지의 진술을 모두 틀리게 해 오답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이질적인 시선을 대비하며 사회 현실을 총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라는 답지가 있다고 하자. 이 답지는 일부가 아니라 전체가 틀렸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수험생은 항상 답지의 전·후반부를 나누어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다음은 2004학년도 6월 서울시교육청 학력평가 문제다. 특히 서술방식의 문제를 잘 보자. 『<예문> 2004학년도 6월 서울시교육청 학력평가 <앞부분 줄거리> 송나라 때 김전은 물에 빠져 죽게 되었을 때, 그가 전에 살려 주었던 거북의 도움으로 생명을 건지고, 거북에게서 ‘壽(수)’자와 ‘福(복)’자가 새겨진 진주 두 개를 얻는다. 김전의 딸 숙향은 전쟁으로 부모와 헤어져 온갖 가혹한 시련을 겪는 중, 전생에 천상에서 선녀로 지내던 때의 꿈을 꾸고 나서 그 광경을 수로 놓는다. 병부상서 이위공의 아들 선은 숙향이 수를 놓은 그림을 보고, 자신이 꿈속에서 보았던 전생의 모습과 같은 데 놀란다. 그리고 숙향과 결혼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던 선녀의 말을 떠올리고 숙향을 찾아가 마침내 그녀와 혼인을 한다. 한편 양왕의 딸 매향과 이선은 정혼한 사이였는데, 이선이 정혼을 파하고 숙향과 혼인하는 바람에 양왕은 이선에게 앙심을 품고 해할 마음을 갖는다.
이 때에 황태후 병이 드시되 증세 괴상하여 귀 먹고 눈 어둡고 말 못하는지라. 일국이 진동하더니, 한 도사가 와서 천자께 뵈옵고 여쭈어 말하기를, “이 병환은 침약(鍼藥)으로 고치지 못하고 다만 봉래산 개언초와 천태산 병이용과 동해 용왕의 개안주를 얻어야 나으실 것이니 어진 신하를 보내어 정성으로 구하소서.” 하니 상이 즉시 조신을 모으고 의논하실새 양왕이 아뢰어 말하기를, “조신 중에 이선이 가히 보냄 직하오니 얼마 아니하여 약을 얻어 올까 하나이다.” 상이 초공을 부르시어 말하기를, “짐이 경의 충성을 아노니 이 약을 얻어 오겠느냐?” 하니 초공이 대답하여 말하기를, “신자(臣子) 되어 어찌 폐하의 이르심을 사양하리이까마는 다만 세 곳이 다 인간 세계가 아니오니 돌아올 기한을 정하지 못하겠나이다.” 하고 하직한 후에 집에 돌아오니, 부모와 상서 모두 이별할 때 다시 못 볼까 서로 슬퍼하며, 부인과 서로 이별할새 초공이 말하기를, “나의 길이 앞일을 모르는지라, 부인은 나를 위하여 부모를 지성으로 섬기고 부디 보중하소서. 나의 목숨은 북창 밖에 있는 동백을 보아 짐작하되 나무가 울거든 병든 줄 알고 가지 무성하거든 무사히 돌아올 줄 알고 기다리소서.” 하니 부인이 또한 ㉠옥지환 한 짝을 주며 말하기를, “이 진주빛이 누르거든 첩이 병든 줄 알고 검거든 죽은 줄로 아소서.” 하고 봉한 글을 주며, ‘천태산 마고 할미께 전하라.’ 하더라. 초공이 부모께 하직하고 발행하여 남쪽으로 향하더니 배에 오른 지 보름 만에 큰 바다 가운데 들어 대풍이 일어나 배가 물 속에 출몰하여 배 안 여러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할 차에 문득 한 짐승이 물 속으로부터 내달으니 그 고기 뫼 같고 뒤웅박 같은 눈이 셋이로되 눈빛이 불빛 같은지라. 소리 질러 말하기를, “너희는 어떤 사람인데 남의 땅에 지세도 아니 주고 당돌히 지나가고자 하느냐?” 하니 초공이 말하기를, “나는 중국 사신으로 황태후 병이 중하시어 황명을 받들어 봉래산에 선약을 얻으러 가니 잠시 길을 빌리고자 하나이다.” 그 짐승이 말하기를, “잡말 말고 가진 보배를 다 주고 가라.” 하며 배를 잡고 힐난하거늘 초공이 민망하여 빌며 말하기를, “가져가는 것이 양식밖에 없노라.” 그 짐승이 성내어 말하기를, “정녕 보배를 짐작하거늘 정 아니 주면 이 배를 엎치리라.” 하니 공이 어쩔 수 없어 옥지환을 내어 주니 그 짐승이 보고 말하기를, “이것은 동해 용왕의 개안주(開眼珠)니 네 어디 가서 훔쳤느냐?” 하고 배를 끌고 가니 한 곳에 다달아 그 짐승이 배를 머무르고 말하기를, “용왕께 여쭈어 네 죄를 물은 후에 놓아 주리라.” 하고 들어가더니 이윽고 붉은 도포를 입은 선관(仙官)이 나와 물어 가로되, / “네 아내가 누구의 딸이냐?” 공이 말하기를, / “내 아내는 상서 김전의 딸 숙향이니이다.” 그 선관이 들어가더니 용왕이 나오신다 하여 수중이 진동하며 왕이 나와 초공을 맞거늘 공이 가장 송구하여 나아가 재배하니 왕이 붙들어 앞에 올려 자리를 정하고 앉은 후에 왕이 사죄하여 말하기를, “저는 이 곳 용왕이러니 귀인이 지나가실 줄을 어찌 뜻하였으리오? 지난 날 내 누이를 반하수에서 김 상서가 구하시어 살아나매 은혜 갚을 길이 없어 이 진주를 드렸는지라. 복(福)자를 가졌으면 사람이 오래 살고 죽은 몸에 얹어 두면 천만 년이라도 살이 썩지 아니하는 보배라. 수족 등이 다 아는고로 오늘 순행하다가 멀리서 상서의 기운이 있다 하기로 알아 오라 하였더니, 아랫것들의 전언을 들은즉 귀인이 가신다 하기에 반가운지라. 대저 봉래산에 가시면 약은 얻으려니와 여기서 일만이천 리나 되고 십이국을 지나가고 약수(弱水)가 가려진 데 있으니 인간의 배로는 건너기 어려울까 하노라.” - 작자 미상, ‘숙향전’ 』
이 작품은 7차 교육과정 18종 문학교과서 1종에 실려 있다. 천상의 선녀와 선군이던 남녀가 지상에 내려와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랑을 성취한다는 내용의 애정소설로 영웅소설적 구조를 갖추고 있다. 숙향의 삶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면서 고난과 사랑의 성취가 드러나 여성독자층의 기호에 부합한다. 일부 사람은 숙향의 삶을 당시의 사회가 만들어낸 대다수 하층민의 고난에 찬 삶에 대응된다고 이야기한다.
[문제] 위 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특정 상황을 과장하여 해학의 효과를 높이고 있다. ② 배경 묘사를 통해 주제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③ 서술자가 적극 개입하여 인물의 행동을 비판하고 있다. ④ 대화를 통해 사건의 내막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⑤ 일상 언어를 구사하여 서민의 생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풀이] 이 문항은 소설 감상의 기본 요소를 묻는다는 점에서 타당성이 높은 문항이다. 제시된 부분은 주로 대화를 중심으로 사건이 진행되므로, 인물 간의 대화를 통해 사건의 내막을 파악할 수 있다.
도사가 천자에게 하는 말을 통해 초공이 길을 떠나는 이유와 장소가 밝혀지고, 초공의 말을 통해 김전, 숙향과 초공의 관계가 드러난다. 또 용왕의 대화를 통해 초공이 용왕에게 오게 된 내막과 개안주를 갖게 된 사정을 알 수 있다. 변별력이 비교적 높았던 이 문항의 정답률은 51.6%였다. 오답인 ③번에 약 16%의 학생이 답을 하였다. 이는 학생들이 고전소설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서술자가 적극 개입’했다는 부분만 보고선 ‘인물의 행동을 비판하고 있다’는 내용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렇게 앞뒤를 모두 세심하게 살피지 않으면 함정에 빠지기 쉽다. 학생들은 답지 위에 ○, ×표시를 하며 문제를 풀어야 한다. 정답 ④번.
이 지문에서 오답률이 높았던 문항을 하나 더 보자.
[문제]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김전의 덕행의 결과가 딸에게 미침을 드러낸다. ② 초공이 아내를 위해 도둑의 누명을 쓰게 한다. ③ 초공이 부인의 안부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 ④ 황태후의 병을 고치는 약으로 사용된다. ⑤ 초공과 용왕의 만남을 매개한다.
[풀이] 공은 선약을 구하려고 배를 타고 가는 중에 바다짐승의 제지를 받고 아내가 준 옥지환을 빼앗긴다. 옥지환은 당초 동해 용왕이 갖고 있던 개안주였기 때문에 짐승에게서 훔친 진주가 아니냐는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이는 아내의 옥지환을 가져서 생긴 오해이지 아내를 위해 쓴 누명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 문항의 정답률은 38.18%였다. 오답 ④번에 대한 반응률은 24%로 매우 높았다. 이는 ‘황태후의 병을 고칠 수 있다’는 동해 용왕의 개안주가 초공이 지닌 옥지환과 동일한 것임이 밝혀지는 부분을 학생들이 제대로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답을 보면 ①옥지환을 얻게 된 내력이 김전의 선행에 있었고, 그 결과 김전의 딸 숙향의 남편이 임금께 공을 세울 기회가 생긴 점으로 알 수 있다. ③옥지환 한 짝을 주며 이걸로 자신의 안위를 짐작하라는 아내의 말로 확인된다. ④황태후의 병을 고칠 수 있다는 동해 용왕의 개안주가 초공이 지닌 옥지환과 동일한 것임이 용왕의 말을 통해 밝혀진다. ⑤사연이 있는 옥지환이기에 용왕은 이것을 소지한 초공을 귀인으로 맞이한다. 정답 ②번.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