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씨 항소심서 1년 감형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9일 03시 00분


세종증권 인수관련 50억 주고받은 피고인들
“檢서 공소장 변경 안했다” 무죄 판결 논란
김태호 경남지사 무혐의 처분

정·관계 로비의혹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박연차게이트’의 항소심 선고에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형량이 1심보다 감형됐다. 특히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서 청탁의 대가로 50억 원을 주고받은 피고인들이 무죄 판결을 받아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창석)는 8일 농협 자회사 휴켐스의 인수 과정에서 불법 금품을 건네고 조세를 포탈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 전 회장에게 징역 3년 6개월과 벌금 300억 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300억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과 같이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면서 “탈루세금을 모두 납부했고 잘못을 뉘우치고 재판에 성실히 임한 점, 64세 나이로 디스크 등 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박 전 회장에게서 불법 금품을 받은 정·관계 인사들 중 박관용 전 국회의장만 일부 무죄가 인정돼 항소심에서 형량이 줄었다.

같은 재판부는 박 전 회장에게서 불법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정규 전 대통령민정수석과 김종로 부산고검 검사에 대해 1심과 같이 유죄를 인정해 각각 징역 3년 6개월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조병현)도 2007년 7월 경찰청장 재직 당시 박 전 회장에게서 불법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택순 전 청장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433만 원을 선고했다.

반면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박형남)는 이날 박 전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관용 전 국회의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2억951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150만 원과 추징금 951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에게서 2억 원을 받은 2006년 4월 당시 박 전 의장은 정계 은퇴 후 한나라당을 탈당해 아무런 당직을 맡지 않아 2억 원을 불법 정치자금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박연차게이트에서 불거진 세종증권 매각 비리 의혹 사건은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휴켐스 헐값 매각과 세종증권 매각 비리 등에 연루돼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 받은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 대해 “세종증권 매입 과정에서 김형진 세종캐피탈 회장에게서 50억 원을 건네받은 혐의가 뚜렷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며 1심보다 낮은 징역 5년에 추징금 51억여 원을 선고했다.

정 전 회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수수 혐의가 무죄로 인정되면서 정 전 회장과 공범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은 남경우 전 농협사료 대표와 돈을 건넨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 받은 김형진 회장은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실제로 남 전 사장이 중간에서 김 회장에게서 50억 원을 받은 정황은 있다”며 “정 전 회장이 무죄인 상황에서 공범인 남 전 회장만 뇌물죄의 주범으로 볼 수 없어 검찰 측에 제3자 뇌물죄로 공소장을 고쳐줄 것을 요청했으나 바꾸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 측은 “법리 검토 결과 정 전 회장이 무죄라면 남 전 대표 등에 대해서도 제3자 뇌물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며 대법원에 상고할 뜻을 내비쳤다.

한편 대검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는 박 전 회장에게서 수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지난해 6월 소환조사를 받았던 김태호 경남도지사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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