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명에 새 생명 주고 하늘로 간 열입곱 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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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0일 22시 22분


뇌사 상태에 빠진 여고생이 장기 기증을 통해 7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꽃다운 생을 마감했다. 8일과 9일 이틀에 걸쳐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에서 신장과 각막, 간 등을 환자 7명에게 이식해주고 숨진 박민지 양(17·충북 제천디지털전자고 2학년).

박 양은 뇌혈관 기형이란 희귀병으로 4년 전 두 차례 큰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7일 오후 갑자기 두통을 호소하며 집에서 쓰러진 뒤 시내 한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후 상태가 악화돼 아주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8일 오후 뇌사 최종 판정을 받았다.

박 양은 세 살 때 어머니를 잃은 뒤 할머니(77)와 남동생(15), 장애인인 아버지(50)와 함께 살면서도 항상 밝은 모습으로 성실하게 살아왔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정부 지원을 받는 넉넉하지 않은 형편 속에서도 천주교 신자인 아버지와 함께 지역 장애인시설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양의 아버지는 힘든 상황에서 딸의 장기를 만성질환 환자에게 기증하겠다는 쉽지 않은 결단을 했다.

제천디지털전자고 관계자는 "박 양은 큰 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너무나 착하고 좋은 학생이자 친구였다"며 "박 양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장기를 이식 받은 분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천=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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