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원더풀 코리아… 한국에 살어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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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2일 03시 00분


■ 서울시 ‘글로벌 인턴’ 외국인 유학생에게 인기

행정인턴으로 일하며 경험을 쌓고 한국을 이해하고 있다는 크리스틴 정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서울대공원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 유학생 행정인턴들이 11일 오후 사육장에서 원숭이를 돌보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대공원
행정인턴으로 일하며 경험을 쌓고 한국을 이해하고 있다는 크리스틴 정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서울대공원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 유학생 행정인턴들이 11일 오후 사육장에서 원숭이를 돌보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대공원
“올해가 호랑이 해인 경인년이잖아요. 호랑이는 한국의 대표적인 동물이기도 하니까 호랑이를 주제로 외국인들에게 홍보를 하면 어떨까요.”

8일 오후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회의실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동물원 홍보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다소 서툰 한국말이 들렸다. 상명대 국제통상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 쩌우이슝(鄒(질,절)雄·26) 씨의 말이다. 회의실에는 쩌우 씨 외에도 일본인 오제키 신야(尾關愼也·24·한양대 연극영화과) 씨와 크리스틴 정 씨(22·여·뉴저지주립대 문헌정보학과) 등 외국인 두 명이 더 있었다. 이들은 모두 서울시가 실시하는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이다.

○ 혹한에도 현장 누비는 열정

다음 달 8일까지 서울대공원에서 일하게 된 이들의 주 업무는 공원 내 표지판에 외국어 안내문을 써넣는 것. 4일 내린 사상 최대의 폭설이 아직 여기저기 쌓여 있는 데다 살을 에는 추위까지 겹쳤는데도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동물원 곳곳의 표지판을 점검하기에 바빴다. 오제키 씨는 “서울대공원에 와보니 표지판에 영어 외에는 다른 외국어 표기가 없었다”며 “일본 중국 관광객에게 호감을 주고 다시 한국을 찾게 만들려면 표지판에 기본적인 일본어 중국어 안내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잘못 쓰인 외국어 안내문을 바로잡는 일도 이들의 업무다. 이들 외국인 인턴은 “제주도 같은 유명 관광지에서도 맞춤법이나 문법이 틀린 외국어 안내판을 많이 보았다”고 입을 모았다. 해당 언어나 문화의 배경지식이 없으면 틀릴 수 있는 표현이 많기 때문에 그 나라 언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에게 미리 확인을 받으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한국에 관심 많아 경쟁도 치열

서울대공원에서 일하는 세 명을 포함해 이번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해 서울시나 산하기관에서 일하는 외국인은 총 36명. 대부분이 외국인 학생을 위한 별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서울 소재 대학에서 유학 중인 학생들이다. 크리스틴 정 씨를 포함해 미국에서 온 세 명은 재미교포 다. 모두 외국인이지만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고 한국어 구사 능력도 우수하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인턴십에 참가한 유학생들은 모두 300명 이상의 외국인이 있는 학교에서 추천을 받은 뒤 한국어 전화 인터뷰를 거쳤다. 2차 관문인 전화 인터뷰 경쟁률만 2 대 1. 특히 인턴십 참가자 중에는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싶어 하는 학생이 많기 때문에 한국의 대표적 행정기관인 서울시의 인턴십을 더욱 선호한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교포인 정 씨는 “단순한 여행으로는 알 수 없는 한국의 문화를 자세히 배울 수 있고 외국인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행정체계도 익힐 수 있어 매우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인턴십 제도를 거쳐 실제 취업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외국인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중국인 양샤오난(楊曉楠·24·여) 씨는 현재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특허법인에서 일하고 있다.

서울시도 인턴 업무 외에 탈춤, 한복입기 같은 전통문화를 체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외국인 인턴들에게 관심을 쏟고 있다. 김진만 서울시 국제협력담당관은 “인턴십 프로그램을 거친 유학생들이 모국으로 돌아가면 서울시의 민간 홍보대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인턴기간이 끝나도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윤영 대학생인턴기자 연세대 교육학과 4학년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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