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국내 최대 어장에 조력발전소라니” 강화도 어민들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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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2일 07시 20분


환경파괴 이어 어업자원 논란
건설 추진 인천시-한전 곤혹
연말 어민피해 조사 실시키로

세계 최대 규모의 강화조력발전소가 착공을 앞두고 있으나 어족자원 황폐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강화도와 경기 김포 등지의 17개 어촌계 소속 어민들은 지난해 12월 1차 항의집회를 연 데 이어 이달 22일 대규모 시위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 제공 강화도시민연대
세계 최대 규모의 강화조력발전소가 착공을 앞두고 있으나 어족자원 황폐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강화도와 경기 김포 등지의 17개 어촌계 소속 어민들은 지난해 12월 1차 항의집회를 연 데 이어 이달 22일 대규모 시위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 제공 강화도시민연대
세계 최대 규모의 강화조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주민 설명회가 지난해 말 세 차례 열린 이후 환경파괴 논란에 이어 어족자원 황폐화 문제가 불거지면서 어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인천 강화도와 경기 김포, 파주, 고양, 연천지역의 17개 어촌계는 ‘경인북부지역 어민대책위원회(경인북부어민대책위)’를 구성해 22일 강화도에서 대규모 시위에 나선다. 조력발전소 건설을 주도하는 한국중부발전과 인천시는 “사전환경성조사 과정에서 어민 피해 부분에 대한 상세 조사 및 대책 마련을 못한 게 사실”이라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 국내 최대의 새우, 꽃게 황금어장

조력발전소가 들어설 강화도 주변 어장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어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강화조력발전소 본타당성조사에서는 어민 보상액을 140억 원 정도로 책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국내 최대 어장으로 꼽히는 강화도 앞바다에서 잡히는 새우로 만드는 젓갈의 1년 매출액에 불과한 액수. 경인북부어민대책위 박용호 위원장(49)은 “강화지역에서 잡히는 젓갈류 새우는 전국 공급량의 80∼90%에 이른다”며 “조력발전소가 들어서면 갯벌이 사라지고 산란장이 파괴돼 새우는 물론이고 꽃게, 황복 등이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강화 어촌계(12개)를 중심으로 한 어민 2000여 명은 주로 3∼7t 규모의 소형 어선 400∼500척으로 어업을 하고 있다. 이들 어선은 젓갈용 새우, 꽃게, 밴댕이, 병어, 숭어, 농어, 황복, 장어를 잡는다.

또 북한 접경지대인 강화도 앞바다는 국내 최대의 어류 산란장이기도 하다. 한강에서 떠내려 오는 부유물질과 강화지역 갯벌에 함유된 유기물로 어류의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바닷모래 채취가 활발한 인천 덕적도와 충남 태안 연안의 산란장이 대거 파괴된 데다 바다 온난화 영향으로 최근 강화지역 어획량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매년 강화 앞바다 산란장에는 꽃게, 병어, 밴댕이 치어가 대량 방류되고 있다.

○ 어장 파괴, 회생을 둘러싼 시각차

시민단체와 어민들은 “조력발전소 건설로 강화 앞바다가 시화호 같은 ‘죽음의 바다’로 변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석모도와 염하 수로를 차단하는 물막이 공사를 한 뒤 조력발전소 건설 사업이 5년간 진행되는 동안 어류의 이동통로는 막히게 된다. 이로 인해 강화 황금어장은 순식간에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강화도시민연대 박윤미 사무국장은 “조력발전소 건설 이후 갯벌이 사라지고, 강화 앞바다 상당 부분이 호수로 변하기 때문에 어업이 불가능해져 어민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인천시와 한국중부발전은 어장 피해를 인정하지만 발전소 건설 이후 5∼10년 뒤엔 어장이 되살아날 것으로 전망한다. 인천시 관계자는 “발전소 건설 기간엔 해수 통로 차단에 따른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그러나 발전소 건설 이후 통수문을 통해 해류가 흐르게 되면 오히려 어족자원이 늘어난다는 조사 결과를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두 기관은 올해 말부터 어민들을 참여시킨 가운데 ‘조력발전소 건설에 따른 어민피해 영향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 조사가 끝나면 어민 보상액이 잠정수치인 140억 원을 크게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강화도와 석모도, 서검도, 교동도 등 4개 섬 사이에 총길이 7.7km의 방조제를 건설해 가동할 강화조력발전소는 팔당댐 6.7배 규모의 발전량인 시간당 812MW의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내년 상반기까지 공유수면매립기본계획, 전원개발실시계획 승인 등의 행정절차를 밟은 뒤 내년 말 착공해 2017년경 완공할 예정이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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