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란 이유로 생기는 난관, 걸림돌 아닌 디딤돌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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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4일 03시 00분


■ 경찰대 출신 여성총경 1호 윤성혜 팀장

“삶을 개척하라” 부친 권유로 지원
‘PT체조’ 1000번 이 악물고 해내
‘최초-유일’보다 ‘최고’ 되기 위해 노력

“대단한 일처럼 부각되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새 길을 개척하고 있다는 생각에 책임감이 듭니다.”

11일 경찰청 총경 인사에서 경찰대 출신 최초의 여성 총경으로 이름을 올린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윤성혜 기획수사팀장(39)은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윤 팀장은 승진자 교육을 거쳐 일선 경찰서에 배치를 받으면 역대 최연소 여성 서장이 된다. 1990년 경찰대 10기생으로 입학한 윤 팀장은 재학생 480명 가운데 10명에 불과했던 여학생 중 한 명이다. 1994년 경위 임관 후 ‘여성 최초’나 ‘유일한 여성’과 같은 수식어가 그를 따라다녔다. 여성 최초 경비계장, 경비교통과장, 그리고 현재 본청에서 유일한 여성 계장이다. 윤 팀장은 “주변 사람들은 나보고 ‘여자 같지 않다’고들 하는데 많은 여자 후배들이 올려보는 위치에 서 있다니 어쩐지 쑥스럽다”고 말했다.

4녀 1남의 차녀로 여자들이 많은 가정 출신에다 중고교를 여학교만 나온 윤 팀장이 ‘여성과는 낯선’ 경찰대에 지원한 것은 고교 교사인 아버지의 권유 때문이었다. 윤 팀장은 “당시 남고 3학년 담임교사였던 아버지가 ‘여자에겐 새롭게 개척할 수 있는 분야이고 보람이 있어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좋은 곳’이라고 적극 추천했다”며 “사실 지원하면서도 많이 걱정했는데 의외로 엄격한 규율이나 훈련, 남자들과의 단체생활이 나와 잘 맞아 스스로도 무척 놀랐다”고 말했다. 윤 팀장은 “남자들보다 체력이야 모자랐지만 노력과 끈기로 이겨냈다”며 “PT체조도 이를 악물고 1000번을 한 뒤 쓰러져버리곤 했다”고 회상했다.

경찰대 출신으로 최초의 여성 총경으로 발탁된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윤성혜 기획수사팀장. 13일 만난 윤 팀장은 “여경들도 끈기를 갖고 노력하면 누구에게나 기회는 열려 있다”고 말했다. 윤 팀장은 승진자 교육을 거치면 역대 최연소 여성 경찰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변영욱 기자
경찰대 출신으로 최초의 여성 총경으로 발탁된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윤성혜 기획수사팀장. 13일 만난 윤 팀장은 “여경들도 끈기를 갖고 노력하면 누구에게나 기회는 열려 있다”고 말했다. 윤 팀장은 승진자 교육을 거치면 역대 최연소 여성 경찰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변영욱 기자
일선 경찰생활은 4년간 혹독한 교육을 마치고 나온 윤 팀장에게도 도전의 연속이었다. 1996년 서울혜화경찰서 조사반장으로 처음 배정받았을 때만 해도 경찰서에는 여성 숙직실은 물론 여자 화장실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여경이 많지 않았다. 하얀 얼굴에 깡마른 20대 여자 반장을 깔보고 반말을 쓰고 거들먹거리는 피의자들이 많았다. 1997년 종로4가 파출소장으로 일할 때는 술에 취해 들어온 사람들이 소장인 자신에게 욕설을 하고 행패를 부리기 일쑤였다.

“그럴수록 더 원리원칙에 의거해 엄정하게 수사하는 모습을 보이자고 다짐했어요. 내가 명확한 사실을 들이대고 논리적인 수사 결과를 내보이면 결국 피의자들도 아무 말 못하고 제압당하더군요.”

어느덧 경찰생활 16년째를 맞은 윤 팀장은 다양한 성격의 보직을 거쳤다. 집회 경비 등 위험한 일이 많다는 인식 때문에 여경들은 잘 지원하지 않는 경비 분야에서 계장과 과장까지 지냈고 형사와 사이버범죄 수사도 자원했다. 윤 팀장은 “여경이 약하거나 비활동적일 거라 생각하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경비·사이버 등 여성들의 지원이 적은 분야에 지원해 적극적으로 일했다”고 말했다. 윤 팀장은 2008년 본청 형사과에서 일하며 일선 경찰서에 실종사건 전담팀을 처음 도입했고, 2007년에는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있으면서 온라인상 명예시민경찰인 ‘누리캅스’ 제도를 입안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생기는 난관을 ‘걸림돌’이라 보지 말고 ‘디딤돌’로 삼았으면 합니다. 여성 특유의 꼼꼼함과 세심한 배려는 기존 경찰이 갖지 못했던 장점입니다. 여경 후배들도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기회는 언제든지 열려 있습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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