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문을 연 올해 첫 ‘5678 장터열차’에서 시민들이 지역 특산품을 둘러보고 있다. 장터열차는 서울지하철 7호선 청담역 예비선로에서 매달 둘째, 넷째 주 화∼목요일 3일간 열린다. 전영한 기자
지자체 별로 한칸씩 총 8칸 매월 2, 4주 화~목요일 운영 고품질 보장 작년 44억 매출
“이 열차 지금 출발하는 거예요?” “아닙니다. ‘장터열차’예요!”
12일 오후 2시 40분, 열차 한 대가 7호선 청담역 예비선로 안으로 들어왔다. 컴컴한 열차 안에는 손님 대신 쌀 포대와 냉장시설, 상자 등이 꽉 차 있었다. 손잡이 사이사이로는 손으로 직접 쓴 가격판이 줄줄이 걸려 있었다. 오후 3시, 열차에 불이 켜지고 양쪽 출입문이 모두 열렸다. 올해 첫 ‘5678 장터열차’다. ○ 지하철에서 쇼핑을
장터열차는 말 그대로 일반 지하철 열차를 활용해 전국 특산품을 판매하는 3일장이다. 청담역 예비선로에 열차를 세워둔 채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화∼목요일 오후 3시부터 8시까지 운영한다. 이 열차는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도시철도공사와 전국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으로 지난해 7월 첫 운행을 시작했다. 턱없이 높은 대형 마트 및 백화점 입점 수수료에 밀려 좋은 물건이 있어도 제대로 된 판매망을 찾지 못하는 지역 농민 및 상인들을 지원하자는 취지에서다. 지자체별로 한 칸씩 배정받아 각 지자체장이 직접 인증한 대표 농산물 및 특산품을 판다.
올해는 경북 상주 곶감과 충남 당진 쑥왕송편, 전북 남원 한과, 강원 평창 황태 등이 막 내린 지하철 승객들의 발길을 잡았다. 이날 열차 안에서는 상인들뿐 아니라 각 지역 공무원들도 홍보대사를 자청하고 나섰다. “우리 상주 곶감은 안이 꽉 차있어요. 찢어먹는 재미가 있다니까요. 냉동실에 넣어뒀다 살짝 얼려 먹으면 최고예요, 최고.”(김종두 경북 상주시 농산물유통담당 계장)
○ 대형 마트와는 또 다른 매력
열차 운행 전날 밤 서울로 속속 도착하는 각 지역 농수특산물은 모두 도봉 차량기지로 집결한다. 다음 날 오후 판매시설과 물품, 상인들을 실은 채 청담역으로 들어왔다가 오후 8시 20분이면 다시 문을 닫고 도봉기지로 돌아간다.
비상용 예비선로가 상하행선 가운데 뚫려 있는 청담역은 양쪽 방향에서 내리는 손님을 끌어 모으기에 최적의 장소다. 주부들만 주로 찾는 일반 시장이나 마트에 비해 장터열차가 갖는 강점이다. 장터를 찾아온 고객에겐 별도로 비상 게이트를 열어준다. 실제 이날 열차 안에는 교복 입은 학생부터 밍크코트를 입은 할머니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로 가득했다. 강남구 청담동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이희경 씨(74·여·서울 마포구)는 “옛날 시골에서 무를 된장에 묵혀 먹던 기억이 나 반찬거리로 무장아찌를 샀다”고 말했다. 즉석에서 기름에 튀겨 한 뿌리에 1000원씩 파는 ‘인삼튀김’도 서울 학생들에겐 이색 먹을거리였다.
8만5000원짜리 6년근 인삼부터 2000원어치 뻥튀기까지 장터열차에서 팔리는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단 믿고 먹을 수 있는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가격 파괴 정책을 쓰지는 않는다. 곶감은 가격 경쟁력 때문에 일반 마트보다 만 원 이상 싸게 팔지만 유기농 현미쌀로 만든 막걸리는 재료값을 고려해 병당 2000원에 판다. 시중보다 2배 비싼 가격이지만 품질이 좋아 잘 팔린다는 것이 상인들의 설명이다.
이번으로 8회째를 맞는 장터열차는 소문이 나면서 매출도 점차 안정돼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장터열차를 비롯해 역사 내에서 열린 직거래장터는 총매출 44억6000만 원을 올렸다. 전액이 농민 수입으로 돌아갔다. 이번 장터열차는 14일까지 이어진다. 다음 열차 문은 26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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