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구 신정동 주부 김모 씨(46)는 휴일이면 가족들과 부산 해운대로 간다. 그곳에서 쇼핑을 하고 영화 관람 및 식사를 한 뒤 집으로 돌아와도 별로 멀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2008년 12월 개통된 부산∼울산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집에서 30분 안에 해운대까지 갈 수 있기 때문.
부산∼울산 고속도로 개통으로 두 지역이 ‘동일 생활권’이 되면서 김 씨처럼 부산에서 여가를 즐기는 울산시민이 크게 늘고 있다. ‘탈(脫)울산’ 현상은 울산지역 화폐 환수율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13일 발표한 ‘2009년 중 울산지역 화폐 수급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 지역 화폐 발행액은 1조153억 원에 환수액은 2695억 원. 화폐 환수율은 26.5%로 전국 최저 수준. 2008년 5339억 원 발행에 환수액 3281억 원(환수율 61.5%)이었던 것에 비하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해 울산을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 평균 화폐 환수율은 81%였다. 부산은 89%.
한국은행 울산본부 조광래 팀장보는 “울산은 외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유명 관광지가 별로 없는 데다 근로자 상당수가 외지에 고향을 두고 있고 대기업도 자금을 서울 본사로 보내기 때문에 환수율이 낮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통망 발달로 부산과 서울 등 대도시에서 쇼핑과 의료서비스를 받는 울산시민이 많은 것도 환수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울산과 가까운 부산 기장군과 해운대, 경남 양산시 물금에는 각각 원자력병원과 백병원, 양산부산대병원이 위치해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울산은 한국 2대 도시인 부산과 세계적인 관광지 경주 사이에 끼여 있어 다른 지역보다 자금 역외유출이 많다”며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하면 화폐 환수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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