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절약은 공무원부터” 권장 온도 1도 이상 낮춰
내복-조끼 자구책… 일부 볼멘소리에 “솔선수범” 강조
1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 시작에 앞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이크를 잡았다. “정부청사가 너무 춥다”며 운을 뗀 그는 강병규 행안부 2차관에게 “세종로 중앙청사 회의를 갔는데 너무 추웠고, 청와대를 가도 똑같더라. 제발 좀 잘 봐 달라”고 말했다.
농담하듯 건넨 말이었지만, 이 소식을 접한 정부과천청사 공무원들은 “얼마나 추우면 장관까지 그렇게 말했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유례없는 한파에 정부의 에너지 절약방침이 더해지면서 과천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기 때문.
정부는 전력사용량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12일 에너지 절약을 호소하는 담화문을 발표하고, 공무원이 솔선수범하는 차원에서 모든 청사의 겨울철 난방 권장온도를 19도에서 18도로 낮췄다. 또 개인 난방기의 사용도 엄격히 제한하기로 했다.
실제로 지식경제부는 12일 개별 난방기를 일제히 치웠다. 몰래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익근무요원들이 아침에 각 사무실을 돌며 전열기가 있는지 살펴본다. 지경부 관계자는 “주무부처가 앞장서서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지만 문제는 다음 날이었다.
13일 사상 최악의 한파가 몰아치자 곳곳에서 “추워서 일을 못하겠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1층에 위치한 사무실의 온도가 한낮에도 11도에 그치는 등 햇빛이 들지 않거나 난방이 잘 안 되는 방의 수은주는 급강하했다. 항의가 빗발치자 담당 부서에서는 “18도라는 지침은 있지만 몇 도 이상으로 하라는 지침은 없다. 개별적으로 알아서 하는 수밖에 없다”며 곤혹스러워했다.
이는 비단 지경부만의 상황은 아니다. 과천청사가 지은 지 오래돼 단열이 잘 안 되기 때문. 따라서 공무원들에게 조끼, 내복, 무릎담요는 ‘필수품’이 됐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추우니 어쩔 수 없다”며 “위에서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내복과 조끼를 입는다”고 말했다.
볼멘소리도 나오지만 “어쩔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경부의 한 국장은 “공무원들이 평소처럼 난방을 하면서 국민들에게 에너지를 절약해 달라고 호소할 수는 없다”며 “힘들더라도 공무원들이 솔선수범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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