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신도림고 고교선택제 지원률 1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5일 20시 20분


서울시교육청이 첫 실시한 고교선택제 지원 결과 가장 지원율이 높은 학교는 구로구 신도림동의 신도림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전역에서 원하는 학교를 고를 수 있는 1단계 지원에서 신도림고는 17.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강남의 유명 사립학교들을 제치고 지난해 개교한 신생 공립고가 1위를 차지한 것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도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1단계 경쟁률 상위 학교는 구로구, 서초구, 동작구, 강남구, 광진구 등 다양한 지역에서 나왔다. 당초 우려했던 특정지역 학교로의 쏠림 현상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 신도림고, 개교 1년 만에 '선호도 1위'

15일 신도림고에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혜련 교감은 "신입생들이 공부할 자습실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신입생이 들어옴에 따라 200여 명이 공부할 수 있는 자습실을 확장하는 중이었다.

2008년까지 신도림동에는 고등학교가 없었다. 신도림고의 개교는 이 지역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었다. 오세창 교장은 "지역 주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학교를 만들어야한다는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이 학교에 발령받은 오 교장과 교사들은 컨테이너 박스에서 개교 준비를 했다. 밤 12시를 넘기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어렵게 문을 열었지만 신생 학교라는 한계는 있었다. 이 학교에 배정받은 1학년 250명 중 40여 명이 등록을 포기하려 했다. 오 교장이 직접 일일이 전화를 걸고 입학생에게 책 선물을 하며 설득에 나섰다. 대부분 마음을 돌렸지만 몇몇은 곧 목동에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갔다.

충격을 받은 오 교장은 지역 학생들을 어떻게 해야 붙잡을 수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신도림고는 구로구와 양천구의 접경 지역에 위치해있다. 고교선택제를 도입하면 학생들이 가까운 목동 학교로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새로 개교한 학교답게 교과전용 교실, 대형 도서관, 독서실 등 최신 시설을 갖췄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장고(長考) 끝에 마침내 해법을 찾아냈다.

이 교감은 "학교를 홍보하는 것만이 살 길이었다. 고교선택제를 하면서 교장은 CEO나 다름없어졌다"고 말했다. 오 교장은 직접 목동 지역 중학교를 찾아다니며 학교를 알렸다. 지역 학부모들을 위한 교육과정 설명회를 수시로 개최했다. 직장에 다니는 학부모를 위한 야간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야간에도 200여 명이 강당을 가득 채울 정도로 관심은 뜨거웠다.

이 교감은 "일반계고교가 사는 방법은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맞춤형 방과후수업을 도입한 것은 물론 올해부터 수학 과학 과목을 교과교실제로 운영한다. 또 교원평가 선도학교로 모든 교사가 학생 학부모 동료교사의 평가를 받는다.

입소문 효과는 놀라웠다. 기말 시험을 마친 중학생들이 삼삼오오 학교를 찾아왔다. 교사들이 가이드를 자처해 학교 설명을 해줬다. 열흘 동안 500여 명이 이 학교를 찾았다. 하태정 교사는 "3대 1 정도도 성공적이라고 생각했는데, 17대 1이라니 1년간의 고생이 보답을 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 85%는 거주지 지역 학교 선택

서울시교육청이 15일 발표한 후기일반계고 고교선택제 지원 경향에 따르면 1단계 지원에서 강남(강남구·서초구), 북부(노원구·도봉구), 강서(양천구·강서구) 등 이른바 '사교육 밀집지역' 학교군의 평균 경쟁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지역에서 특정 지역으로 지원이 몰리는 정도를 나타낸 '학교군별 선택 집중도'에서는 중부(종로·용산·중구)가 4.9%로 가장 높았고 강남(4%), 북부(1.9%) 순이었다. 중부는 지역내 학생 수가 학교에 비해 적어 1단계 선발 인원이 학교 정원 60%로 다른 지역에 비해 3배가 높아 집중도도 높았다.

강남도 집중도가 높았지만 지난 두 차례 모의지원에서 각각 18%, 11%를 기록한 것보다는 낮아져 쏠림현상이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학부모가 실제 지원에서는 통학편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단계 지원에서 현 거주지와 다른 학교군을 선택한 학생은 1단계에서 14.9%, 2단계에서 14.3%였다. 1단계에서 정원의 20%를 채우지 못한 곳은 서울 전역에서 7개 교이며 특히 학생 수가 부족한 중부에서 5개 교가 나왔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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