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4일 전남 곡성군 곡성읍 우리농 공동체 이성호 대표(38)는 자신의 e메일을 열어봤다. e메일에 주부 안모 씨가 ‘일주일 전 우리농 블로그를 보고 닭이 처음 낳은 계란인 초란 100개를 구입하기 위해 3만3000원을 입금했다’며 보낸 글이 있어 놀랐다. 이 씨가 운영하던 우리농 농장은 학교급식업체 선정에서 탈락한 뒤 많은 빚을 져 농장 블로그를 1년 동안 관리하지 못했다. 그는 뒤늦게 초란값이 입금된 것을 확인한 뒤 안 씨에게 연락해 “초란을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자신의 농장에서는 초란을 생산하지 않아 이웃 농가를 찾아가 초란을 구했다. 초란 공급 약속을 지키려는 순간 당황했다. 안 씨의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은 메모지를 분실했기 때문이다. 시간 나는 대로 메모지를 찾다 지난해 12월 초 서류 틈에 있던 메모지를 발견했다. 이 대표는 최근 유정란 120개를 가지고 서울 강북구 우이동 안 씨의 집을 찾아갔다. 4개월 전 계란 공급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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