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넉달전 주문한 계란, 이제야 전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6일 03시 00분


농장실패 30대 뒤늦게 확인… 전남서 서울로 직접 배달

지난해 9월 4일 전남 곡성군 곡성읍 우리농 공동체 이성호 대표(38)는 자신의 e메일을 열어봤다. e메일에 주부 안모 씨가 ‘일주일 전 우리농 블로그를 보고 닭이 처음 낳은 계란인 초란 100개를 구입하기 위해 3만3000원을 입금했다’며 보낸 글이 있어 놀랐다. 이 씨가 운영하던 우리농 농장은 학교급식업체 선정에서 탈락한 뒤 많은 빚을 져 농장 블로그를 1년 동안 관리하지 못했다. 그는 뒤늦게 초란값이 입금된 것을 확인한 뒤 안 씨에게 연락해 “초란을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자신의 농장에서는 초란을 생산하지 않아 이웃 농가를 찾아가 초란을 구했다. 초란 공급 약속을 지키려는 순간 당황했다. 안 씨의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은 메모지를 분실했기 때문이다. 시간 나는 대로 메모지를 찾다 지난해 12월 초 서류 틈에 있던 메모지를 발견했다. 이 대표는 최근 유정란 120개를 가지고 서울 강북구 우이동 안 씨의 집을 찾아갔다. 4개월 전 계란 공급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곡성=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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