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안산시 고잔고 1학년 이경민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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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9일 03시 00분


“내겐 가야할 길이 있어요… 반드시 준비된 사람 될 거예요”

중위권에서 전교 1등으로 성적을 올린 경기 안산시 고잔고 1학년 이경민 군에게 최근 인생의 롤모델이 생겼다. 이 군은 “안철수 KAIST 석좌 교수처럼 좋아하는 일, 사명감을 느끼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오른쪽은 안철수 교수.
중위권에서 전교 1등으로 성적을 올린 경기 안산시 고잔고 1학년 이경민 군에게 최근 인생의 롤모델이 생겼다. 이 군은 “안철수 KAIST 석좌 교수처럼 좋아하는 일, 사명감을 느끼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오른쪽은 안철수 교수.
《지난해 어느 수업시간이었다. 수업은 MBC 토크쇼 ‘무릎팍도사’를 시청하는 것으로 대체됐다. 모처럼의 오락프로그램 시청에 신나게 웃고 떠들었을 학생들이 진지하게 모니터를 집중했다. TV엔 안철수 KAIST 석좌교수가 나왔다. 사람의 병을 고치는 의사에서 컴퓨터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프로그래머로 변신한 안철수 교수의 삶과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한 학생의 가슴에 먹물처럼 번졌다. 머릿속이 멍해지고 가슴이 뛰었다. “자기에게 맞는 분야를 찾기 위해 쓰는 시간이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요?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얻습니다.” 안 교수의 말이 뇌리에 박혔다. ‘그래, 이제 나에게도 꿈이 생긴 거다.’》

경기 안산시 고잔고 1학년 이경민 군(17)은 중학교 때까지 컴퓨터게임에 푹 빠진 평범한 중위권 학생이었다. 중학교 때 가장 기뻤던 추억을 꼽으라면 한 온라인 축구게임에서 전국 500위 안에 들었을 때를 들 정도다. 회원 수십만 명 중 전국 1000위까지의 ID가 사이트에 공개됐을 때 ‘화룡점정’이라는 ID도 이름을 올렸다.

이 군은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 오후 7∼8시까지 컴퓨터게임에 열중했다. 하루 평균 3∼4시간, 주말에는 꼬박 5∼6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학교수업은 뒷전이었다. 불안한 마음에 학원은 꼬박 꼬박 다녔다. 하지만 2∼3개월에 한 번씩 학원을 옮겼다. 중1이 끝날 무렵 따져보니 집 근처 보습학원을 돌아가며 모두 다닌 셈이었다. ‘친구 따라’, ‘학원강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성적이 떨어져서’…. 이유는 많았다. 성적은 반에서 10등 이내, 전교 80∼120등이었다.

중3 1학기 초였다. 수업에서 ‘10년 후 자기모습’이라는 주제로 인생계획을 세우는 시간이 생겼다. 막연했지만 평소 좋아하는 과목인 화학, 생물 방면 일을 하고 싶다고 적었다. 단기 계획으로는 비평준화지역인 안산에서 명문으로 꼽히는 한 고교에 진학하고 싶다고 적었다. 담임교사는 이 군의 인생계획과 성적표를 함께 펼쳐놓고 분석하며 “이 학교는 성적을 많이 올려야 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성적표에 보이는 전교 300, 400등 과목이 절대 없어야 한다”면서 “일단 전교 50등을 목표로 노력해보자”고 말했다.

목표가 생기자 이 군은 달라졌다. 중2 때까진 학원수업이 공부의 전부였다면 3학년 때부터는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점차 늘렸다. 학원에서 돌아온 후 오전 2시까지 복습을 했다. 학교 쉬는 시간에는 다음 시간 예습과 전 시간 복습을 했다. 하지만 1, 2학년 때 부실했던 기초과목이 두고두고 괴롭혔다. 3학년 1학기 내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성적은 눈에 띄게 오르지 않았다.

고민 끝에 담임교사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선생님은 성적 향상을 나타내는 그래프를 직접 그리며 “성적은 (A)그래프처럼 공부한 시간에 비례해서 쭉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B)그래프처럼 계단식으로 잠시 정체됐다가 반드시 오른다. 조금만 더 노력해보자”고 격려했다.

이 군은 다시 마음을 잡았다. 학교와 학원에서 듣는 내용은 반드시 그날 복습해 100% 자기 것으로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3학년 2학기 중간고사에서 반에서 5등, 전교 50등을 했다. 조금씩이었지만 노력에 따라 성적이 오르는 뿌듯함을 경험했다.

이 군은 고잔고에 지원했다. 당초 목표한 학교는 아니었지만, 얻은 것이 더욱 컸다. 중3 때까진 무작정 공부했다면 고1 때부턴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하는 법을 깨쳤기 때문이다.

“고1 여름방학이었어요. 학원공부에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어요. 내가 모르는 부분이나 취약과목을 스스로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학교 수업과 심화반 프로그램만으로도 따라갈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어요. 2학기 때부턴 학원을 완전히 끊고 혼자 공부했어요.”

이 군은 영어, 국어, 수학 등 주요과목부터 공략했다. 영어어휘는 교재 한 권을 선택해 반복해 공부했다. 한 단원을 한 번 외우는 데 5∼10분이 걸렸다. 이를 3, 4차례 반복했다. 뜻을 가리고 모르는 단어에 표시한 뒤 다음 날엔 틀린 문제부터 확인하고 다음 단원을 외웠다. 영어 듣기는 매일 아침 등교 직전 머리가 맑은 시간(오전 7시 10∼20분)과 하루 공부를 마무리하는 시간(오후 11시∼11시 30분)에 들었다. 이 군은 “듣기는 문제를 많이 푸는 것보다 서너 문제를 정성들여 꾸준히 듣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틀리거나 헷갈리는 문제는 들으면서 스크립트를 받아 쓴 후 해설과 비교했다.

국어는 이 군이 특히 취약한 과목이었다. 중학교 때까지 이 군은 국어를 암기과목이라고 생각했다. 밑줄치고 암기하며 공부하는 방식이 틀렸다는 것을 안 이 군은 지문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문제를 푼 뒤엔 채점을 하고 틀린 문제는 바로 답지를 보지 않고 일단 틀린 까닭을 곰곰이 생각해본 뒤 답을 찾는 습관을 들였다. 틀린 문제(√)와 찍어서 맞힌 문제(*)를 구분해 표시하고 1일, 1주일, 1개월 후 다시 풀었다. 그러다 보니 국어점수가 놀랄 만큼 올랐다. 고등학교에서 본 일곱 번의 모의고사 중 여섯 번이 1등급이었다. 전체 성적은 최상위권으로 올랐다. 고1 2학기 중간, 기말고사를 합친 성적에서 전교 1등을 차지했다.

이 군은 고1 1학기 때부터 안산시에 있는 한 장애인생활시설에서 친구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나이는 20∼40세지만 지능은 아동 수준에 멈춘 장애인의 수업을 돕는다. 색종이 자르기, 색칠하기도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장애인을 보며 이 군은 그들을 돕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좋아하는 화학과 생물을 공부하면서 꿈을 실현하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장애인을 위한 치료약을 개발하는 생명공학기술(BT)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낮에는 의사로 일하고 새벽 3∼4시에 일어나 컴퓨터 바이러스를 연구한 안철수 교수의 열정을 본받고 싶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면 이보다 더 잘사는 길은 없겠지요. 1차 목표를 서울대 공대 화학생물공학부로 정했어요.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얻는다’는 안 교수님의 말처럼 열심히 노력해서 반드시 꿈을 이룰 기회를 얻을 거예요.”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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