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전교조 무죄’ 파장… 징계무효-손배소 줄소송 오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0일 03시 00분


■ 시국선언 4명 무죄 판결

檢 “정치적 목적 시국선언”… 法 “국민개인 표현의 자유”
징계불복 경기교육감 소송, 대법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

지난해 정부를 비판하는 시국선언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간부들에 대해 처음으로 무죄가 선고되면서 같은 혐의로 기소돼 1심 공판이 진행 중인 다른 전교조 관계자들에 대한 판결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교조의 시국선언을 “정치활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이번 판결이 다른 법원에서도 받아들여지면 무더기로 징계를 받은 전교조 교사들이 징계 무효는 물론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까지 청구하는 등 줄소송이 잇따를 수도 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앞으로 전교조의 집단행동이 더욱 활발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교조는 지난해 6월 18일 1만6171명의 명의로 “이명박 정부가 공권력을 남용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인권을 유린한다”는 내용의 1차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어 7월 19일 2차 시국선언문을 발표했고, 검찰은 교육과학기술부의 고발에 따라 모두 91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또 전국 시도교육청은 시국선언을 주도한 전교조 교사 89명을 징계했다. 이 중 14명이 해임됐고, 41명이 정직 1∼3개월, 1명이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 사건 재판의 쟁점은 전교조 시국선언이 정치활동금지(교원노조법 3조)와 복종의 의무(국가공무원법 57조),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교육기본법 6조1항) 등을 위반했는지 여부였다.

이에 대해 전주지법 형사4단독 김균태 판사(36·사법시험 41회)는 19일 “이들의 행위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에 대한 비판을 한 것에 불과하고 이는 헌법이 규정하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며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김 판사는 특히 “시국선언이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한 것임을 인정할 수 없어 시국선언 참여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김 판사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의 국회폭력 무죄 판결 등 최근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을 내린 판사들과 마찬가지로 지방법원 형사단독 판사다. 지난해 11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기피한 병역거부자에게 형벌을 내리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하는 등 최근 잇달아 전향적인 판단을 내놓았다.

검찰은 이번 무죄 선고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14일 있었던 민노당 강 대표의 국회 폭력 사건 무죄 판결 때처럼 격하게 대응하지는 않았다. 전주지검은 이날 “전교조 시국선언은 정치적 중립을 해하는 불법 집단행위라고 판단해 기소했으나 김 판사가 견해를 달리한 만큼 상급심의 판단이 필요하다”며 항소할 뜻만 밝혔다. 또 검찰은 5일 부산지법에서 지난해 시국선언 관련 집회를 주도한 김성용 전 민주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장에게 벌금 300만 원이 선고된 예를 들며 다른 법원이나 재판부에서는 유죄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을 기대했다.

오히려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은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교과부의 전교조 교사 징계요구에 불복해 제기한 직무이행정지명령 취소 청구소송 및 가처분 신청에 대해 대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가 중요 변수가 될 수 있다. 대법원으로서는 징계요구 불복의 정당성을 따지기 위해서는 시국선언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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