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일본 터키 스웨덴 독일 이탈리아 미국 몽골 베트남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곳’을 찾아 청중 앞에서 강연한 주한 외교관의 소속 대사관 목록이다. 유엔 회의장도, 청와대도 아닌 이곳은 바로 서울 금천구 가산동 가산정보도서관. 이 도서관은 지난해부터 거의 매달 외교관을 초청해 구민들을 대상으로 모국(母國)의 역사와 문화 등을 알려주는 ‘대사관과 함께하는 세계 책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결혼이민자나 다문화가정은 물론이고 해외 문화를 배우려는 어린이들에게 인기다.
○ 춤추고 노래하는 외교관
청중은 어린이가 대부분이다. 강연 역시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진행된다. 대사관에서 나온 외교관들은 전통의상을 입고 각국의 전래동화를 원어로 들려준다. 때로는 전통악기 연주나 전통춤, 노래 같은 즉석 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대사관 직원들이 시범을 보인 후 옷과 악기는 아이들 차지가 된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대사관에서 아이들 몸에 맞는 크기의 전통의상을 가져왔을 땐 즉석에서 간이 패션쇼가 펼쳐지기도 했다.
외국에 대한 지식과 정보는 손잡고 온 부모들도 함께 얻어간다. 일부 학부모는 아이보다 더 열심히 대사관 직원들의 강의 내용을 받아 적기도 한다. 도서관 측은 처음부터 행사 시작 시간을 오후 6, 7시로 정해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올 수 있도록 했다.
도서관은 행사가 있는 날 해당 국가의 동화책이나 전통미술품 등을 전시해 이용객들이 다양한 국가의 문화를 쉽게 접하도록 했다. 또 열람실에는 해외 문화에 대한 책을 모아놓은 ‘다문화 다언어’ 코너를 따로 만들어 다문화를 한 번 접한 이용객들이 관심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김은진 도서관 사서파트장은 “공공도서관은 이용 연령대가 다양해 다문화 행사의 효과도 클 것이라고 판단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며 “앞으로도 도서관이 다양한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곳이 되도록 지속적으로 행사를 기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함께 모여 어울리는 공간
각국의 외국인 근로자 및 가족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거나 이들이 자연스럽게 한국인과 만날 수 있도록 해 주는 공간도 늘고 있다. 성동구는 홍익동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지하 1층에 도서관과 음악카페, 강의실 등을 갖춘 다문화카페를 19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음악카페나 도서관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모국어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다양한 국가의 도서와 음반을 갖췄다. 컴퓨터를 갖춘 정보화교육실과 한국생활의 애로사항을 의논할 수 있는 상담실도 마련됐다. 이호조 성동구청장은 “단순한 사교 장소가 아니라 한국생활에 적응하고 다양한 문화를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동대문구 이문2동에도 다문화가정 아동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도서관 ‘모두’가 있다. 네팔 몽골 이란 등 10여 개국의 언어로 된 책 1000여 권을 소장하고 있는 이곳에서는 다문화가정의 부모가 주기적으로 아이들에게 모국의 문화를 설명해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학교에 다니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숙제 등을 도와주는 멘터링 프로그램도 함께 시행하고 있다. 문종석 모두 대표는 “서로 다른 문화로 인해 부부간에 생길 수 있는 갈등을 해결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며 “외국 출신 이웃은 빠르게 한국에 적응하고 한국인들은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도록 돕는 것이 운영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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